[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체외진단기업
피씨엘(241820)이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당국의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피씨엘은 지난해 한 의료기기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으나 시약의 경우 아직 허가 취득 전이어서 의료기기 효능 및 효용을 광고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당 효능과 효과를 홍보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한 채널에서 소개된 이 기기는 회사가 9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일부로 중국으로부터 들여오겠다고 내세운 의료기기이기도 합니다.
17일 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식약처 소속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피씨엘에 대한 현장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권익위원회로부터 민원을 접수했고, 조만간 조사를 나갈 계획"이라면서 "무허가 의료기기이고, 고의성이 있을 경우 고발조치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료기기법시행규칙 제45조 제1호에 따르면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의료기기의 효능과 효과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은 의료기기 광고에 해당합니다. 또 의료기기법 제6조 제2항 또는 제15조 제2항에 따르면 허가(인증·신고)받지 않은 의료기기의 명칭·제조방법·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에 관한 광고는 금지돼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게 되면 경미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식약처가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며 해당 업체는 관련 영상을 삭제해야 합니다. 이같은 조치가 미흡할 경우 1~6개월의 판매정지(행정처분)가 내려집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경찰고발까지 가능합니다.
피씨엘은 지난 2월 한 유명연예인이 출연하는 투자정보프로그램에서 다뤄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피씨엘은 '세계 최초로 고위험군 바이러스 혈액 스크리닝 다중면역 진단제품 상용화' 기업이라 소개됐는데요. 17일 현재 이 영상은 1만9000여회 조회됐습니다.
문제는 해당 영상에서 소개되는 중국의 'MACCURAi1000' 장비의 경우 지난해 식약처 승인을 받았지만, 진단시약은 아직 허가를 받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장비와 시약이 함께 허가를 받아야 체외진단 의료기기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튜브 한 채널에서 피씨엘을 소개하는 영상 중 한 장면. 중국 MACCURAi1000 장비의 모습이 보인다. 해당 영상에 출연한 회사 관계자는 이 기기 앞에서 설명을 진행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밖에 해당 영상에서 피씨엘의 장비인 '하이수(HI-SU)'와 중국 MACCURA 장비에 대한 설명이 뒤섞여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하이수는 △후천성면역결핍증(HIV) △C형 간염(HCV) △B형 간염(HBV) 등을 4시간 안에 선별해내는 장비입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회사 관계자는 하이수가 아닌 MACCURA장비 앞에 서서 "30분이면 (혈액검사)결과가 나온다"고 홍보하면서도, 자막에는 하이수 기기 관련 설명이 덧입혀지기도 해 혼선을 줍니다.
회사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튜브 방송에서 언급된 분석 효능은 피씨엘이 아닌 중국 장비의 효능으로, (시약의 경우) 아직 국내 식약처 승인 전인데 마치 피씨엘의 장비의 효능처럼 얘기하고 있다"면서 "아직 식약처 허가도 받지 않은 중국 MACCURAi1000 장비를 마치 피씨엘 고위험군 바이러스 혈액 스크리닝 다중면역 제품처럼 방송에 내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이수 장비에 대한 설명을 혼재한 것 외에도 바이러스 혈액 스크리닝 승인 전인 또 다른 장비인 OKⅡ를 홍보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거짓 표시 및 오해를 유발시키는 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영상 속 또 다른 장면. 피씨엘의 하이수(HISU) 장비의 모습이 언뜻 비친다. (사진=유튜브 캡쳐)
피씨엘은 코로나19 진단제품을 공급하며 2020년 매출액 537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으로 최고실적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 각각 258억원, 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피씨엘은 운영자금과 채무상환 자금 등을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한 상황인데요. 유상증자 규모는 360억원 수준으로 예고됐습니다. MACCURAi1000은 이 가운데 일부금액(32여억원)을 들여 도입하겠다고 밝힌 장비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기기를 도입하기 위해 장비 허가 받았고, 가지고 와서 테스트 연구하던 중이었다"면서 "(해당 유튜브 영상에선) 진행자와 직원 간 짧게 문답이 오간 것뿐이지, 판매 홍보를 위해서 추가된 멘트나 설명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피씨엘의 하이수 장비 설명 화면. (사진=피씨엘 홈페이지 캡처)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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