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손보 Peer리포트)②KB손보vs메리츠, 치열해진 4위 쟁탈전
KB손보, 새 회계기준 전환으로 자기자본 강화…이익창출력 긍정적
퇴직연금·회계제도 효과로 총자산 늘린 메리츠화재…순이익도 높아
2023-07-07 06:00:00 2023-07-07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7월 5일 18:4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보험업계에 도입되면서 주요 재무지표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 자산과 자본부터 순이익까지 영향을 받는 양상이다. 특히 손해보험 업계서는 경쟁그룹(Peer) 내 호적수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들이 존재하는 만큼 순위권 변동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경쟁사들의 IFRS17 재무 현황과 강·약점, 보완책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KB손해보험이 손해보험 업계 4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돌풍을 일으키며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장기보험 중심의 수익성 전략을 펼쳤던 메리츠화재는 퇴직연금 확보와 회계제도 전환 효과로 외형을 따라잡았다. 반면 KB손보는 우수한 자본력으로 격차를 벌린 만큼 향후 영업 확대 효과가 긍정적이다.
 
퇴직연금 재개로 외형 늘린 메리츠화재…자기자본 격차 벌린 KB손보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체제에서 총자산이 같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KB손보가 35조4486억원, 메리츠화재가 34조364억원으로 확인된다. 양사의 격차는 1조4122억원까지 줄었다.
 
지난해 이전인 2021년에는 KB손보가 총자산 40조원으로 현대해상(001450)(52조)과 DB손해보험(005830)(51조)에 이어 확고한 4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었다. 메리츠화재는 외형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였지만 총자산 28조원 수준으로 타사 대비 규모가 작았던 상태다.
 
 
격차가 크게 줄었던 것은 지난해였다. KB손보의 경우 총자산이 41조9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4.8%(1조9077억원)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37조4208억원으로 34.0%(9조4994억원) 늘어났다.
 
이는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을 다시 개시하면서 관련 자산을 새롭게 확보한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퇴직연금(특별계정 분류) 자산은 6조8088억원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머니무브(자금이동) 양상이 나타났을 때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이 주요했다.
 
올해 1분기에는 IFRS17과 IFRS9으로 회계제도가 바뀌면서 보험업계 전반에 자산총계 조정이 이뤄졌는데, 이전(IFRS4)과 달리 부채를 시가 평가하게되면서 자산과 부채 규모가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KB손보는 메리츠화재 대비 자산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외형이 비슷해졌다. 다만 자기자본 규모는 오히려 격차를 벌렸다. KB손보는 지난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이 5조7628억원으로 회계 전환에 따라 지난해 말(3조268억원)보다 2조7360억원 늘었다. 메리츠화재는 2조5204억원에서 3조7619억원으로 커졌다. 양사 자기자본 격차는 약 2조원이다.
 
자본의 질적 측면에서도 KB손보가 앞섰다. 자본총계 구성에서 KB손보는 신종자본증권이 없는 반면 메리츠화재는 해당 채권 283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익잉여금 규모는 KB손보와 메리츠화재 각각 5조1266억원, 3조3565억원이다.
 
보험영업 손해율 낮은 메리츠화재, 수익 규모가 큰 KB손보
 
총자산이나 자기자본과 달리 순이익 규모는 메리츠화재가 우위에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이 8612억원으로 업계 2위권인 DB손보(9806억원) 뒤를 쫓는다. KB손보도 순이익(5815억원)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사에 밀리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는 자산 운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심으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이 지난 3년 평균 4.26% 수준으로 업계 평균인 3.22%보다 1%p 이상 높게 나온다. 앞서 퇴직연금 자산 확보로 운용 재원을 늘린 것도 이러한 강점을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다.
 
(사진=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각 사)
 
보험영업 측면에서는 장기보험 위주의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퇴직연금 자산을 구성하기 전 장기보험이 원수보험료에서 85.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반면 자동차보험은 4.7%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점점 줄여나갔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이 업계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 손해율 74.8%에 합산비율 98.7%로 확인된다. 올해 1분기에도 합산비율이 100%를 하회했다. 메리츠화재가 주요 손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영업이익 흑자를 낸 배경도 장기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와 낮은 손해율이 꼽힌다.
 
KB손보는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구성이 장기보험(개인연금 포함) 66.5%, 자동차보험 23.0%, 일반보험 10.6% 등으로 이뤄졌다. KB손보를 비롯한 상위권 보험사 네 곳은 자동차보험 비중이 25~30% 수준에서 형성된다. 자동차보험은 기본적으로 적자 사업으로 언급되는데,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면 실손의료보험과 함께 보험영업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이었다.
 
KB손보는 지난해 기준 손해율이 82.6%이며 합산비율은 102.2%다. 운용자산이익률은 3.3%로 확인된다. 손해율과 운용자산이익률이 개선되면서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모두 늘었다.
 
특히 보험수익(10조8890억원)과 투자수익(1조6025억원) 자체는 메리츠화재(각각 9조9147억원, 1조4107억원)보다 많다. 올해 1분기 역시 KB손보가 더 높게 나왔다. 다만 손익 측면에서 뒤떨어진 것인데, 그만큼 손해율과 사업비 관리가 향후 수익성 측면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대형사들도 손해율이 많이 낮아지고 있는데, 메리츠화재의 경우 장기보험 손해율 자체를 적극 관리하고 있고, 코로나 영향도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보험료가 늘어난 것 자체가 2019년과 2020년 등 상대적으로 최근이기 때문에 손해율이 낮게 측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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