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뚫은 싸이 '흠뻑쇼'...잠실주경기장 마지막 공연되나
총 10만명 몰려 성황…물기둥과 파랑옷 연출
주경기장 리모델링 비롯 K팝 전용 공연장 생겨야
2023-07-04 06:00:00 2023-07-04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간헐천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물기둥, 갓과 파란 한복 차림으로 춤을 추는 관객(觀客) 아닌 광객(狂客)들.
 
지난달 30일 시작해 2일까지 매회 3만 5000명씩 총 10만명이 몰린 '싸이 흠뻑쇼 썸머 스웨그 2023'(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개최)은 브랜딩이 잘 된 콘서트의 파워란 이런 것이구나를 절감하게 했습니다.
 
여름날 시원한 느낌의 파랑 옷을 입고 바다 같은 장관을 만드는 광경, '소리 못 지르는 사람 오늘 술래'라는 히트곡 '챔피언'의 가사는 이곳에서 만큼은 실화가 된 순간었습니다. "콘셉트가 지속되면 스타일이 되고, 스타일이 지속되면 문화가 된다"는 가수 싸이의 '흠뻑쇼'는 올해12회를 맞아 공연장 뒷편까지 물줄기가 닿는 이색 연출이 남달랐습니다.
 
지난달 30일 시작해 2일까지 매회 3만 5000명씩 총 10만명이 몰린 '싸이 흠뻑쇼 썸머 스웨그 2023'(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개최). 사진=뉴시스
 
2011년 출발한 이 공연은 전국을 순회하는데 서울에선 주로 올림픽주경기장 옆 보조경기장에서 펼쳐졌습니다. 작년부터 더 넓은 올림픽주경기장으로 옮기고, 천장이 뚫린 건축물의 구조를 활용한 연출을 감행했습니다. '강남스타일', '챔피언' 같은 히트곡을 비롯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라이브 현장이 되면서 청년 뿐 아니라 가족 단위까지 관객층 저변을 넓혀오고 있습니다.
 
특히 올림픽주경기장은 가수들에게서는 '한국 대중음악 성지'이자 '꿈의 무대'로 통해온 곳입니다. 스타디움급 공연장이 없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최소 3~4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데다 하늘이 뚫려 풍성한 사운드를 반사음을 최소화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984년 개장해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린 상징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그간 조용필을 필두로 이문세, 서태지, H.O.T., 싸이,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등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가수들이 입성해왔습니다. 해외 팝스타 중에서는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레이디 가가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거쳐갔습니다.
 
싸이가 개방형인 건축적 장점을 활용해 물기둥을 쏘아올린 것처럼, 작년 9월 17~18일 아이유는 오렌지빛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시작해 2일까지 매회 3만 5000명씩 총 10만명이 몰린 '싸이 흠뻑쇼 썸머 스웨그 2023'(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개최). 사진=뉴시스
 
오는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 유치를 위해 하반기부터 리모델링을 거칠 예정입니다. 주경기장의 향후 형태는 뚜껑이 닫히는 돔구장 혹은 뚜껑이 닫혔다 열리는 개폐식 등 다양한 방식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스포츠 경기장과 K팝 공연장을 전문적으로 겸할 수 있는 3만석 이상의 공연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누가 이 곳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는지를 두고도 계속해서 음악업계의 관심입니다. 리모델링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해 하반기 NCT 127 공연 때부터 나왔습니다. 지난 5월 13일 '가왕' 조용필 역시 데뷔 55주년 기념 콘서트를 이 곳에서 열었습니다. 지난 2003년 이곳에서 한국 최초 솔로 가수 콘서트를 연 이래 조용필은 8번째 이 무대에 섰습니다.
 
55주년 공연 때도 가왕이 주경기장 시대의 문화를 열고 닫는다는 측면에서 대중음악계 역사적 기록으로 의미 있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지만 리모델링이 미뤄지면서 속속 공연이 추가로 잡혔습니다. 이후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지난달 17~18일 10만명 규모로 또 이곳에서 공연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싸이가 리모델링 전 마지막 가수가 될 것으로 보이나, 공사 일정이 연기되면 또 누군가 대관 신청을 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대중음악 공연 업계에서는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전용 콘서트장을 단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홀(5000석 내외), 아레나(1~2만석), 슈퍼아레나(3만석), 돔(5만석), 스타디움(7만석)처럼 다양한 규모의 공연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카카오와 CJ ENM이 각각 서울 창동과 경기 고양에 2만석 규모의 K팝 아레나 공연장을 짓고 있지만, 아직 아레나 이상 급 공연장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지난달 30일 시작해 2일까지 매회 3만 5000명씩 총 10만명이 몰린 '싸이 흠뻑쇼 썸머 스웨그 2023'(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개최).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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