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지탱 어려운 75세 이상…윤 정부 노인 정책은 '부재 중'
전기고령자 67.4%·후기고령자 42.7%
고령자 59.1% "노후 준비 능력 부족"
"75세 이상, 10여년 후 고령자 중 과반"
2023-06-27 06:00:00 2023-06-27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주혜린·김유진 기자]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고령자가 10년 전보다 16.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65~74세의 전기고령자와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 중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비율은 2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도 전기고령자는 근로·사업 소득의 비중이 높은 것에 반해 후기고령자는 연금·퇴직급여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돌봄 등 복지정책의 주된 대상이 되고 있다며 노인 관련 정책이 뒷걸음 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26일 발표한 '노후생활과 부양 문제에 관한 고령자의 견해'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준비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56.7%로 2011년보다 16.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전기고령자는 66.8%로 19세 이상 전체 연령의 응답인 67.4%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반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후기고령자는 42.7%에 불과했습니다. 전기고령자와 후기고령자 비율의 격차는 24.7%포인트에 달했습니다.
 
전·후기고령자 모두 공적연금을 주된 노후 준비 방법으로 생각하는 비중이 59.6%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만 전기고령자는 62.6%, 후기고령자는 52.9%로 후기고령자는 전기고령자보다 공적연금 비중이 작고 예금·적금·저축성 보험, 부동산·주식·채권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고령자의 비율은 43.3%였습니다. 이들의 59.1%는 '준비 능력 부족'이란 사유를 들었습니다. 이 사유는 전기고령자 63.4%, 후기고령자 55.8%로 모두 높게 나왔습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26일 발표한 '노후생활과 부양 문제에 관한 고령자의 견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준비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56.7%로 2011년보다 16.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자료는 노후를 준비하는 인구의 비중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부모 부양 가족·정부 함께 책임" 20%포인트↑
 
65세 이상 고령자 중 본인이나 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중은 65.0%로 10년 전보다 13.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다만 전기고령자 비중은 78.7%로 후기고령자의 46.0%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전·후기고령자가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전기고령자는 근로·사업 소득의 비중이 54.2%로 가장 높았지만, 후기고령자는 연금·퇴직급여의 비중이 42.2%로 가장 높았습니다. 
 
보고서는 "주된 직업에서 은퇴가 시작되나 현실적으로 취업 의지는 증가하고 체력적인 뒷받침이 이뤄지는 전기고령자의 경우 근로·사업 소득으로 생활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실질적인 은퇴 시기에 접어들고 체력적인 저하가 이뤄지는 후기고령자의 경우 연금·퇴직급여로 생활하는 비중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녀 동거 사유는 10년 전과 큰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본인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란 응답의 비중은 33.4%로 10.9%포인트 감소했지만, '같이 살고 싶어서'란 응답의 비중은 30.4%로 15.2%포인트 늘었습니다.
 
전기고령자는 '독립생활이 가능하지만 같이 살고 싶어서'란 응답이 38.6%, '자녀의 독립생활 불가능'이란 응답이 31.3% 등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후기고령자는 '본인의 독립생활 불가능'이란 응답이 56.3%로 가장 높았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부모 부양에 대해 가족·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54.7%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10년 전보다 20.1%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36.6%에서 23.6%로 13.0%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문영지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 주무관은 "10여년이 지나면 75세 이상 후기고령자 인구 비중이 전체 고령 인구의 과반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고령자에 대한 실질적인 부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활비 마련 방법이나 노후 준비 방법을 전·후기고령자 모두 연금으로 선택하고 있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고령자의 절반 이상은 준비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부양 문제에서 정부와 사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26일 발표한 '노후생활과 부양 문제에 관한 고령자의 견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준비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56.7%로 2011년보다 16.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사진은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윤 정부, 노인 정책 거의 부재한 상태"
 
이와 관련해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당장의 노인 빈곤율이 30% 후반이라는 점에서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 노인들의 안정적 소득 확보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재 노인기에 접어든 이들은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 속하는데, 이전 노인 세대와는 교육 수준이나 건강 상태, 문화 욕구가 양호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능력이 달라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2020년 현재 38.9%이지만, 2019년 자료로 연령대별로 분해해 보면 75세의 빈곤율은 54.4%, 70세 32.8%, 65세 21.1% 등 노인 가운데에서도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빈곤율은 급격히 변하고 있고 자산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빈곤율은 더 낮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노후 소득 보장의 구조적 연금 개혁을 위해 최소한 밑그림을 만들고 정부가 이와 조응된 연금 개혁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 가장 시급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5세 이상을 전반적으로 노인 집단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이제 75세 이상인 후기고령자가 주로 장기 요양보험이나 돌봄 등의 중요한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후기고령으로 갈수록 필요한 욕구의 내용과 수준이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돌봄 영역에서 보면 후기고령자일수록 신체적·정신적·사회적인 욕구가 한꺼번에 더 빨리 필요해진다"며 "복합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노인 정책이 사실상 거의 부재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노인 일자리나 고용률은 세계에서 높은 편"이라며 "그건 다시 말해서 연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노인들에게 새로 교육이나 훈련을 시켜서 고숙련·고임금 일자리를 갖게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을 축소했다. 그런 것도 빈곤율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정해훈·주혜린·김유진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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