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사명변경과 수장을 교체하며 새 출발했지만 최악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신차가 없는 상황에서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한데요. 취임 2년차를 맞은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이 내수 점유율 10%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오히려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에 이어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KG모빌리티(003620), 한국지엠과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13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1778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52.3% 줄었습니다. 전월과 비교하면 1.2% 감소했습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의 월 내수 판매량이 2000대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4월 이후 2개월 연속입니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는 1만549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6% 감소했습니다. KG모빌리티 3만5000대, 한국지엠 1만3000대에 밀려 국내 완성차 5사중 5위로 밀려났습니다.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는 신차 부재가 꼽힙니다. 르노코리아가 현재 국내에서 생산·판매 중인 모델은 SM6, XM3, QM6 등 단 3종뿐입니다. 특히 SM6와 QM6은 2016년 출시됐지만 여전히 부분변경 모델만 나올 뿐입니다.
지난해 10월 XM3 하이브리드를 내놓았지만 3094만원부터 시작하는 다소 높은 가격대로 판매량이 저조합니다. 지난해 두 달여 동안 1467대를 판매한 이후 지난 1월 360대, 2월 222대로 꺾였고 지난달에는 124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KG모빌리티가 토레스, 한국지엠이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가성비 높게 내놓으면서 실적을 끌어올린 것과 대비됩니다. 올해 국내 완성차 5사 중 신차 계획이 없는 곳도 르노코리아가 유일합니다.
XM3 E-TECH 하이브리드.(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는 사실상 수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달했는데요. 올해는 81.6%로 더 올랐습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자동차 전용선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에 르노코리아는 자구책으로 차량을 컨테이너선에 실어 수출하고 있지만 이동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문제는 물론 전용선과 달리 많이 실을 수 없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판매 부진·신차 부재·이미지 저하 등 드블레즈 사장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합니다. 드블레즈 사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시장에서 연 15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훌륭한 차만 선보인다면 수출도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당장 신차를 내세울 수 있는 조건이 아닌데다 르노 본사에서 수입차를 들여오는 데는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전동화 전환도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출시는 2026년에야 국내에 출시한다는 방침인데요.
르노는 중국 지리홀딩그룹 산하 볼보의 최신 플랫폼을 활용해 중형급 하이브리드차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인데요. 일단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인 것이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성공 모델인 QM3처럼 르노그룹에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모델 1~2개를 들여와야 한다"며 "동시에 노사안정화와 부산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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