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조용훈 기자] 정부가 3%대의 소비자물가를 들어 '안정 흐름'이라는 자평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물가·근원물가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한국 핵심 물가의 경직적 흐름이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의 이차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11일 <뉴스토마토>가 통계청 등 주요기관의 물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의 격차를 보면 1월 -0.2%포인트에서 2월 0%포인트, 3월 0.6%포인트, 4월 0.9%포인트, 5월 1.0%포인트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즉, 1월 소비자물가가 근원물가보다 0.2%포인트 높았고 2월 같은 수치입니다. 반면 3월에는 근원물가가 0.6%포인트 높았고 이후 4월 0.9%포인트, 5월 1.0%포인트로 격차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11일 <뉴스토마토>가 통계청 등 주요기관의 물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의 격차를 보면 1월 -0.2%포인트에서 2월 0%포인트, 3월 0.6%포인트, 4월 0.9%포인트, 5월 1.0%포인트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자료는 2023년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와 근원물가지수는 모두 4.8%의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후 3월부터는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을 넘어섰습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에서 2월 4.8%, 3월 4.2%로 소폭 하향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4월에는 3.7%, 5월 3.3% 등 두달 연속으로 3%대 물가를 기록했습니다.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는 1월 5.0%에서 2·3월 4.8%를 기록했습니다. 4월에는 4.6%, 5월 4.3%로 4개월 연속 4%로 집계됐습니다.
소비자물가·근원물가 간 격차는 소비자물가지수 둔화에 영향을 준 석유류 하락에 기인할 뿐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방증입니다.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상승률이 높아지기 시작한 3월부터 5월까지의 석유류 물가 하락률을 보면 14.2%, 16.4%, 18.0% 등으로 점차 폭이 커졌습니다.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작성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 5.0%, 2월과 3월 4.8%, 4월 4.6%, 5월 4.3%로 완만한 하락 흐름을 보였습니다.
기획재정부 측은 "석유류 가격 안정세가 지속되고 가공식품·개인 서비스 가격 상승 폭 둔화가 더해지며 물가 안정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며 "OECD 국가 중 3%대 물가는 우리나라 포함 7개국에 불과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11일 <뉴스토마토>가 통계청 등 주요기관의 물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의 격차를 보면 1월 -0.2%포인트에서 2월 0%포인트, 3월 0.6%포인트, 4월 0.9%포인트, 5월 1.0%포인트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2가지 의미에서 긍정적이지 않다"며 "지금 소비자물가가 내려간 것은 상당 부분 에너지 가격이 내려간 것이고 체감 물가도 더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준영 교수는 "우리가 잘해서 물가가 내려간 것이 아니고 외부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해 물가가 내려간 것이고 결정적으로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4%대인데 잘 안 내려오고 있다"며 "그렇게 봤을 때는 자평할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반기 에너지 가격이 뛰기거나 공공요금이 인상되기 시작하면 물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가 안정되려면 에너지 가격이 계속 안정적으로 가야 하고 환율이 뛰지 않아야 한다. 또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현실화의 속도가 조절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나라 핵심 물가의 경직적 흐름은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일부 식료품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국이나 동유럽으로부터 값싸게 식료품을 수입할 수 있는 서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수입 의존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핵심 물가의 경직적 흐름에는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의 이차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난 영향이 크다"며 "한국은 대부분 식료품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 변동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들쭉날쭉한 물가 흐름이 나타나기에 기업들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시차를 두고 판가에 녹인다"며 "이에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가 주거비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이차 파급 효과는 대략 2~3분기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 상승 폭은 지난해 7월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해 올해 1분기 말로 가면서 안정세가 가팔라졌다"며 "대략 2분기의 시차를 두고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물가에 반영되는 것을 고려할 때 3분기부터 핵심 소비자물가의 안정 폭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연말까지 굉장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간 이어졌지만, 언젠가는 종식되면 더 경제가 확대되고 교역이 증가할 것이다. 근원물가를 포함해 전체적인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11일 <뉴스토마토>가 통계청 등 주요기관의 물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의 격차를 보면 1월 -0.2%포인트에서 2월 0%포인트, 3월 0.6%포인트, 4월 0.9%포인트, 5월 1.0%포인트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사진은 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조용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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