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라 전세계가 탄소중립 체제를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과 해운업계에선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다음 차세대 친환경 대안연료들에 대한 연구개발(R&D)과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이 중에서 글로벌 유수의 해운사들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대안연료는 메탄올입니다. 이에 기술 경쟁력을 가진 한국 조선사들은 글로벌 메탄올 연료 추진선 수주량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자국 수요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메탄올 추진선을 두고 '한중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30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인 덴마크 선사 머스크가 지난 2021년 발주한 1만62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내년 1월
HD한국조선해양(009540)의 조선 계열사
HD현대중공업(329180)으로부터 인도받을 예정입니다. 앞서 머스크는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의 또 다른 조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010620)에 각각 18척, 1척씩 총 19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한 바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머스크로부터 수주받은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의 첫 블록을 도크에 넣는 공사 착수 기념식도 지난주 개최했습니다.
앞서 메탄올 추진선 발주량 증가는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먼저 주도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2021년 현대중공업에 1만6000TEU 메탄올 추진선 건조와 오는 2025년 선박 추가옵션을 계약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도 HD한국조선에 1만7000TEU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했습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다음 친환경 대안연료 '메탄올' 주목
머스크는 현재까지 컨테이너선에 가장 적합한 저탄소 연료를 메탄올로 여기고 있습니다. 기후기술 스타트업 C1에 투자하는 등 메탄올 대량생산도 준비 중입니다. 메탄올은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SOx)을 99% 저감해 사실상 배출이 없으며, 질소산화물(NOx)은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도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 LNG선은 연료로 쓰는 LNG를 163도 이하의 액체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화물창이 필요합니다. 반면 메탄올은 상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이러한 설비가 필요 없다는 장점도 가졌습니다. 때문에 국내 국적 선사인
HMM(011200)도 지난 2월 메탄올 추진선을 HD한국조선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에서 7척, HJ중공업에서 2척 각각 주문한 바 있습니다. 금액은 총 1조4128억원 규모입니다.
지난 2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컨테이너선 건조계약 및 친환경선박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오른쪽부터)유상철 HJ중공업 대표, 김경배 HMM 사장,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 박승용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가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MM)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은 총 81척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HD한국조선과
HJ중공업(097230)이 각각 43척, 2척을 수주했습니다. 글로벌 수주 점유율로 따지면 한국이 55%로 1위를 달리는 상황입니다. 나머지 36척은 중국이 주문받았습니다. 중국은 수주점유율 44%로 국내 조선사들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입니다.
업계는 특히 컨테이너 선사를 위주로 메탄올 추진선의 연평균 성장률이 지속 늘어날 것으로 분석중입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은 코로나19 시기에 수익을 많이 얻어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정해진 항로를 다니는 정기선이기 때문에 벙커링(연료 공급)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메탄올은 글로벌 선사 머스크가 시장을 주도하고, 다른 해운사들도 발주에 가세해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메탄올 연료추진선박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선급협회(ABS)도 메탄올 추진선의 연평균 성장률이 오는 2028년까지 17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조선업체, 국내 조선사와 기술격차 좁아질 것"
이같은 한중 메탄올 추진전 수주전에서 향후 중국 조선소의 성장으로 기술 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더군다나 중국은 한국보다 20%가량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받고 있어 수주 점유율 차이가 한층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조선업 호황기로 3년치 이상 쌓인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으로 상대적으로 빠른 인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메탄올 추진선 수주 점유율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세계 4위 선사인 프랑스 CMA CGM은 지난해 8월 중국 다롄 조선에 1만5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6척을 발주했으며, 머스크도 최근 중국 양지장 조선과 8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8척에 대한 건조계약 의향서(LOI)를 체결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메탄올 추진선은 새 기술 적용이 필요해 지금까지 국내 조선사에 유리한 측면이지만, 중국 조선사도 자국 수요와 다양한 지원을 통해 충분히 수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 PC선.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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