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대부 사이트에서 실시간 대출문의 게시판을 보면 소액대출을 원하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금액은 다양합니다. 직접 통화는 어렵고 비대면대출을 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10만원대의 급전을 구하지 못해 대부 사이트를 전전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내심 놀란 적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소액생계비대출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역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금융위가 내놓은 정책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은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자는 연 15.9%입니다. 처음에는 50만원을 빌릴 수 있는데요. 금융교육을 이수하고 이자를 성실하게 납부하면 9.4%까지 낮출 수 있고 추가로 5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위 조차도 '실험적' 제도라고 칭할만큼 파격적인 금융상품입니다.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자는 2만5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제도권에서 소외되어 단돈 100만원을 구하지 못했던 취약계층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같은 속도대로라면 1000억원이라는 예산이 조기소진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상담 첫 날인 27일 현장을 찾아 추가재원을 언급한 이유일 것입니다. 올해 예산이 은행권의 기부 등으로 마련된 관계로 은행권의 추가 기부 같은 방법이 거론되는데요. 한시적이고 임시방편인 기부로 재원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불법사금융에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소액생계비대출을 위한 체계적인 재원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도권금융과 기존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몰리는 이들을 지원하기에 100만원이라는 금액이 턱없이 모자란 액수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15.9%라는 이자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대출한도를 증액하거나 금리를 낮춘다면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소액대출이 필요한 이들이 정작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벼랑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을 더 '많이' 그리고 '넓게'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권 금융 이용자들과 형평성 및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대부업체의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어 법정최고금리와 관계도 감안되어야할 것입니다.
금액 및 금리 수준에 대해서 설왕설래는 계속될 것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습니다. 돈이 넘쳐나서 누구나 다 지원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습니다. 재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은 어디일까요.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불법사금융에 기대지 않고,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 제도가 다양한 논의를 통해 균형점을 찾기 바랍니다.
이보라 금융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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