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올라 수출기업들의 숨통이 트였습니다. 업황이 부진한 반도체를 비롯해 수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자동차에도 희소식입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등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영업상의 환율효과 외에도 연초부터 환율이 5% 오를 시 세전 순이익에 2586억원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영업외 이익의 순수 환율효과만 그 정도입니다. 반도체나 가전제품 등을 수출하면서 가격경쟁력을 얻어 판매가 확대되는 등 영업상 이익은 그보다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의 경우 달러화 강세가 부품 사업 중심으로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며 전분기 대비 5000억원 정도 전사 영업이익에 보탬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현대차도 지난 4분기 평균 환율이 1300원대일 때 큰 이익을 봤습니다. 최근 3개월 내 환율은 2월2일 1227원까지 내려갔다가 이달 10일 1323원까지 회복했습니다. 지난 4분기 평균 환율은 1357원으로 현대차의 호실적 배경이 됐습니다. 환율은 매출액 증대 효과로 이어져 매출원가 상승 부담도 줄였습니다.
부산 수출 선적 부두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터리 제조사들도 완성차와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향 수출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원재료 매입 비중이 커 배터리 제조사들은 부정 영향도 받지만 환헤지 등 대책도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SDI의 경우 순이익에 반영되는 환율 효과에 대해 작년 초엔 환율 상승 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는데 올 초엔 이익을 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국내 유일 배터리 흑연계 음극재를 만드는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과 자본에 소폭의 플러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작년 초만 해도 같은 조건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지만 반전됐습니다. 반도체기판, 통신 부품 등을 만드는 삼성전기도 연초 원달러 환율 5% 상승 시 154억원 세전이익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비용 부담이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환율이 5% 오르면 손익(-232억원)과 자본(-1143억원)에도 마이너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비철금속제련회사인 고려아연은 환율 10% 상승 시 478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조선업은 중립적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환율이 오르면 외화 계약가의 가치 증가에 따른 환산이익이 생기지만 파생상품 위험회피 거래에 따른 통화 선도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달러화 가치 변동이 당기순손익에 미칠 영향을 대부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현대로템은 환율 5% 상승 시 247억원 이익이 생긴다고 측정했습니다. 현대로템은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차량 제작과 전차, 장갑차 등 방산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는 금융시장에 큰 변수로 떠올라 수출업종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미국 금융당국이 빠르게 개입해 위험 전이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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