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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10일 09:5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가 재생에너지 기본요금의 지나친 가격 인상을 예고해 논란에 휩싸였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한전이 역대급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말 갑자기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번 요금 인상을 강행할 경우 한전의 영업손실은 30% 가까이 줄지만 재계 반발에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한전이 친환경으로 가려는 기업을 막고 있다며 오는 4월초 시행 예정인 ‘PPA전용 전기요금제(PPA요금제) 개선’을 요청했다. PPA요금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및 구매 체결 기업들이 부족 전력을 한전에서 공급받을 때 적용된다. 이 요금제가 적용되면 기본요금이 킬로와트(kW)당 3350원 증가한다. 에너지업계와 재계에서는 비용부담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도입이 지체될 것을 우려해 PPA요금제에 강력히 반발하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PPA요금제 도입이 한전의 영업손실 때문이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잠정) 매출액 71조2719억원에 영업손실 32조60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손실액은 무려 26조7569억원이나 증가했다. 한전은 영업손실 주요 원인으로 국제연료가격 급등에 따른 연료비 및 구입전력비 증가를 지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연료가격이 급등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전 영업손실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도입 시기도 공교롭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업계나 관련 기업과 교감없이 지난해 12월말 돌연 PPA요금제 변경을 결정했다.
대한상의는 한전이 PPA요금제 변경으로 기업의 친환경 의지를 꺾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대한상의)
한전이 발표한 PPA요금제를 도입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의 전력 비용은 급증한다. 재생에너지를 단 1%만 사용해도 전력사용량 전체에 PPA요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를 예로 들어보자. 회사의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5278기가와트시(GWh)다. 기존 산업용 전기의 기본요금은 kW당 6630원이고, PPA요금제는 9980원이다. 전력 기본요금만 50.5% 상승하는 셈이다.
기업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한전의 영업손실은 줄일 수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한전의 전기판매사업 매출액은 총 50조1188억원이다. 이중 산업용 에너지 판매액은 25조2845억원(54.6%) 규모다. 이 중 17조7000억원가량이 대기업의 전력구매비용이다. PPA요금제를 도입했거나 염두에 둔 기업 대다수가 유럽연합(EU) 등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압박하는 고객사가 있는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기업 전력구매비용에 PPA 기본요금제를 적용하면 26조6385억원이다. 한전 매출이 9조원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PPA요금제를 강행할 경우 국가적 손실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RE100 도입에 나서던 대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 산업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EU의 경우 2026년부터 수입품에 생산시설 내에서 발생한 탄소 직접 배출량에 과세하는 탄소국경세를 시행한다. 수출이 많은 대기업이 RE100을 지키지 못할 경우 매출 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업계에서 PPA요금제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이 활발해질 것이란 긴장감이 팽배하다. 친환경에너지가 풍부한 인도네시아 등은 공장만 지으면 RE100 적용이 바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PPA요금제 영향으로 국내 관련 프로젝트는 모두 검토 보류, 추진 중단, 계약 파기 등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업계 분석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PPA요금제를 예상 적용한 결과 기업들은 적게는 연간 1~2억원, 많게는 약 100억원을 전력구매비용으로 더 지불하게 된다. 연간 100억원을 추가지출하는 기업의 경우 PPA 계약기간인 20년 동안 2000억원의 전력구매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은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려 혈안인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기업들을) 내쫓는 것 같다”라며 “(PPA요금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기업의) 해외 이전이 많아지고 국내에 이미 만들어 둔 재생에너지 공장도 가동을 줄이고, 국내 RE100은 거의 중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제 시작해서 활성화해야 하는 초기 단계로 (PPA요금제 등은) 어느 정도 사업이 성숙한 뒤에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부연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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