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건설사 해외사업 희와비)②DL이앤씨, 해외서 몰아친 혹한 공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지 공사 지연
이란 핵 합의 늦어져…신규 수주 기대감 없어
네옴시티 노린 '원팀 코리아'에도 이름 못 올려
2023-02-17 07:00:00 2023-02-17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5일 17: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이 심각하다. 고금리 여파 등으로 지난해 12월 전국에 쌓인 미분양 물량은 7만호에 육박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제 건설업계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미 지난해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 실적도 해외현장이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영역 확장을 시도하겠지만, 모두의 전망이 긍정적이진 않다. 올해 해외수주 및 사업 전망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건설사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DL이앤씨(375500)가 국제 정세 영향으로 해외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주요 거점 시장으로 공략한 국가들이 복잡한 상황에 얽히면서 기존 사업 및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초대형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 대한 기대감도 상대적으로 덜해 올해 해외 신규 수주 전망이 어둡다.
 
DL이앤씨 사옥이 위치한 돈의문 D타워 전경. (사진=DL이앤씨)
 
15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가 진행 중인 러시아 내 프로젝트들이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자 생산국이며 글로벌 3대 산유국이라는 점 때문에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기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DL이앤씨는 지난 2014년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후 DL이앤씨는 러시아에서 총 12건의 공사를 수주했고, 지금까지 벌어들인 금액은 21억8253만달러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고, 1년째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DL이앤씨도 여파를 받게 됐다. 이미 수주한 공사의 진행뿐 아니라 신규 수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주액이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인 '발틱 콤플렉스 프로젝트'도 전쟁의 영향권 하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공사의 완공 시기는 오는 2025년으로 예정된 상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전쟁으로 인해 공사 지연 등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공사에 속도를 내지 못함에 따라 매출 발생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발주도 끊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DL이앤씨는 또 다른 주요 거점 시장인 이란에서도 부침을 겪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1962년 한국-이란 수교 이후 가장 먼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다. DL이앤씨는 대림산업 시절인 1975년 이스파한 군용시설 토목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총 22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22건의 공사 합계 금액은 53억5998만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끝으로 이란에서의 신규 수주는 전혀 없는 상태다. 이 또한 국제 정세와 무관치 않다. 2017년 들어 새롭게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다시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그다음 해 핵 합의를 탈퇴하고 본격적으로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결국 지난 2020년 이란도 핵 합의를 더 이상 지키지 않을 것을 선포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해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합의와 관련해 복원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진전된 사항은 없다.
 
이에 따라 DL이앤씨도 테헤란 지사에 인원 1명만 두면서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제재가 해제된다면 DL이앤씨도 신규 수주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DL이앤씨는 총사업비가 약 710조원에 달해 주요 건설사들이 수주에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사우디 '네옴시티'와 관련해서도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해 11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수주 지원단인 '원팀 코리아'를 이끌고 사우디로 향했을 때 DL이앤씨는 이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팀 코리아'에 삼성물산(028260),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코오롱글로벌(003070) 등 9개 건설사가 속한 가운데, 주요 5대 상장 건설사 가운데 DL이앤씨만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사우디에 방문한 이후 일부 건설사들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주택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코오롱글로벌은 네옴시티 내 스마트팜 구축 관련 MOU를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삼성물산과 함께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장벽형 친환경 신도시 ‘더 라인’ 터널공사를 수주해 이미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하면 향후 DL이앤씨의 해외 신규 수주에 대해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다.  DL이앤씨는 이날 기준 올해 해외수주금액 3억5516만달러를 기록해 현재 3위에 올라있지만,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연말까지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현재까지 해외에서 신규 수주한 프로젝트는 아직 없다.
 
이와 관련해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기존 실적 등 강점을 지닌 플랜트 분야 중심으로 신규 수주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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