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다음달 시행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전기차 구독 및 커넥티비티 서비스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IRA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가 아닌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하는 정면승부를 택한 것입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9일 열린 시카고 오토쇼에서 전기차 구독 서비스 '이볼브 플러스(Evolve+)'를 선보였습니다.
현대차 '이볼브 플러스' 서비스 화면.(사진=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5가 대상으로 가격은 각각 월 699달러, 89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1000마일(1610km) 주행거리 보장, 보험, 유지 보수, 등록 및 긴급 출동 서비스가 포함됩니다. 현재 6개주 7개 도시에서 이용 가능한데 올해 말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건 IRA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됩니다.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건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가격이 8만달러를 넘지 않으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승용차는 상한선이 5만5000달러입니다.
현대차는 아직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이 없습니다.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은 2025년 완공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 5와 EV6를 비롯한 모든 전기차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가격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기존 몽고메리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방침인데 차종이 한정적이고 기아 EV9과 현대차 아이오닉 7은 2024년에나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어서 보조금 공백이 불가피합니다.
다만 리스회사가 사업용으로 구매한 전기차는 조건 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가 5% 미만인 리스차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구독 서비스 등 판매 채널 다변화하겠다고 밝힌 이유입니다. 이번 이볼브 플러스 출시가 신호탄인 것이죠.
또 현대차는 미국에서 올해 출시되는 아이오닉 6부터 2024년형 모든 신차 고객에게 커넥티드카 서비스 '블루링크 플러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현대차는 3년 동안(국내 5년) 블루링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에는 월 이용료를 받아 왔는데요. 새롭게 확대 출시한 '블루링크+'는 평생 무료입니다. 이는 미국이 최초입니다.
'블루링크 플러스' 서비스 화면.(사진=현대차)
블루링크는 차량 원격제어, 차량 관리, 길 찾기, 디지털 키 기능 등을 지원합니다.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커넥티비티 서비스는 필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블루링크 플러스를 이용하면 전기요금이 가장 낮을 때 충전을 예약할 수 있고 배터리 전원 보존도 가능합니다.
현대차는 블루링크 플러스 무료 제공을 통해 전기차 판매량 확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용자 확대를 통한 데이터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현대차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기본 적용할 계획입니다. 블루링크 플러스 사용자 확대를 통해 다양한 시장 및 고객 요구에 신속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도 상용화할 계획인 만큼 방대한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대차는 올해 IRA 시행에도 북미 판매량 목표를 104만대로 잡았습니다. 100만대 이상 처음인데요.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리스 판매 확대, 구독 서비스 등으로 IRA 위기를 넘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 5 및 고수익 차종인 SUV,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판매량이 견조한 만큼 보조금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2024년까지 리스 및 구독 서비스 등 단기 대응책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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