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증빙이 없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현행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확대됩니다. 기업은 대규모 외화를 차입할 때 연간 3000만달러가 넘으면 정부에 신고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연간 5000만달러로 변경됩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 규제혁신 TF'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외환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외국환거래법은 지난해 1999년 제정된 이후 외환 거래 수요가 양적·질적으로 확대됐는데도 원칙적인 사전신고 제도, 복잡한 거래 절차 등 과도한 규제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령과 규정을 개정해 외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완화할 방침입니다. 이후 구조 개편과 입법 과제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우선 1단계 주요 과제로 무증빙 해외 송금 한도와 자본 거래 사전신고 면제 한도를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확대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해외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출국 전 거주지 월세 보증금 등 정착 비용을 송금하기 위해 은행에 7만달러 송금을 요청하면 은행은 출국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송금 목적이 규명되지 않아 송금이 곤란하다고 답변하게 됩니다. 하지만 송금 한도가 확대되면 증빙서류 확인 없이도 송금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규정이 개정돼도 불법 거래 방지를 위해 거래 정보는 국세청, 관세청, 금감원에 통보됩니다.
자본 거래와 관련된 외국환은행 사전신고도 축소됩니다. 이에 따라 현행 111개 유형이 65개 유형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또 기업의 대규모 외화 차입 신고 기준도 연간 3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확대됩니다. 현재 기업이 연간 3000만달러를 넘는 외화 자금을 차입하면 기재부에 사전신고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5000만달러 이하면 사전신고가 필요없습니다.
해외직접투자 사후보고 절차도 대폭 간소화됩니다. 현재 국내 기업이 국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10% 이상의 해외 법인 지분을 취득하는 등 해외직접투자를 하는 경우 사전신고 외에도 변경신고, 변경보고 등 수시보고와 매년 1회 정기보고 등 사후보고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도가 개선되면 수시보고가 폐지돼 연 1회 정기보고로 통합됩니다.
형벌과 과태료 등 제재 부과 기준도 합리화됩니다. 현재 2만달러 이상 소액 거래의 사전신고와 사후보고를 위반하면 각각 200만원과 7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 10억원 이상의 자본 거래와 일정한 형식이 없는 25억원 초과 지급 시 사전신고 절차를 위반하면 징역 1년 또는 벌금 1억원 이하 형벌의 대상이 됩니다. 앞으로는 신고 의무 위반 기준을 2만달러에서 5만달러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전신고 등 위반도 형벌 적용 대상 기준을 2배 상향합니다.
아울러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고객 환전 서비스 등 외환 업무 범위도 늘어납니다. 현재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고 금융위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4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 증권사)만 기업 환전 업무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도가 개선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개가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환전 업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정부는 2단계로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한 입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외환 규제 체계에 '원칙허용·예외규제(네거티브 규율)' 원칙을 도입해 자본 거래 사전신고를 사후보고로 전환하고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사전신고 부담도 완화할 예정입니다. 또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 조치 수단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이프가드 제도를 정비하고 경제 안보 목적의 독자적 금융 제재도 도입합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1단계 과제들은 올해 상반기 중 외국환거래법 시행령과 외국환 거래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우선 추진하고 2단계 과제들은 경제 상황을 봐가면서 올해 말 세부 방안 발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 규제혁신 TF'에서 '외환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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