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LX세미콘(108320)이 역대급 매출 경신에도 쓴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2조원대의 매출을 거뒀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DDI(디스플레이드라이버IC)에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구조 탓입니다. DDI는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를 동작시키는 반도체다. 쉽게 말하면 화면에 사진이나 영상이 뜨게 만드는 부품이죠. LX세미콘의 드라이버 IC 의존도는 약 90%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TV 등 전방 산업 성장세가 꺾이면서 DDI 수요가 줄자 결국 실적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인데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LX세미콘 수장 손보익 대표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입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지난해 매출 2조1193억원, 영업이익 31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6% 증가하며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16% 줄었는데요. LX세미콘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입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도 상반기까지 성장세를 이어갔던 LX세미콘은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전환됐습니다. 지난해 4분기 LX세미콘의 영업이익은 126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5.2%나 급감한 수치인데요. LX세미콘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밑돈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있는 일입니다.
특히 매출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의 적자행진이 뼈아픈데요. LG디스플레이향 수요가 줄면 LX세미콘의 실적도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LX세미콘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에도 나서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데요. 향후 판매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손보익 LX세미콘 대표.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반도체와 모바일, 가전 등의 전자 기기 시장이 경기 침체 속 전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손보익 대표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차례 연임됐던 손보익 대표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입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 실적은 약 4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크게 부진했다"며 "2023년에는 전방 TV와 IT세트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LX세미콘은 업황악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방열기판과 실리콘카바이드, 차량용 반도체 등을 제시했는데요. DDI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방열기판의 경우 지난 2021년 10월 LG화학이 보유했던 일본 FJ머티리얼즈 지분 30%와 자산 등을 인수했으며 경기 시흥 방열기판 공장은 올 상반기 중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밖에도 LX세미콘은 지난해 8월 차량용 제품군을 맡는 오토 개발담당 조직을 신설해 관련 R&D(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차량용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텔레칩스 지분 10.9%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또 LG이노텍에서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 부문을 인수하고 관련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실리콘카바이트 전력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소재 대비 내구성이 높아 전기차 부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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