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야죠" 이재용 회장 100일…오로지 '기술'
별도 기자회견 없이 성과로 증명 각오…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고군분투
2023-02-03 06:00:00 2023-02-03 06:00: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열심히 해야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지난해 동남아시아 출장을 마치고 밝힌 새해 경영 다짐이었습니다. 단순하지만 가장 압축적으로 '이재용 삼성 시대'를 표현한 발언이 아닐까 합니다. 
 
이 회장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지난해 10월27일 취임한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곧바로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이번에도 별도의 100일 기념식은 없다고 합니다.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중동…신시장 개척 돌입
 
말보다는 성과로 경영 능력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인데요. 이 회장은 취임 100일 대부분을 해외 출장으로 지새울 만큼 강행군을 벌였습니다. 회장 취임 후 지난해 12월 첫 해외 출장지로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는데요. 아부다비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신시장 개척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UAE에서 귀국한 지 10일 만에 베트남으로 출국해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법인을 방문해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한 달 만에 다시 UAE를 찾았습니다. 
 
현장에서는 이 회장이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선 윤 대통령에게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를 소개하는 등 글로벌 인맥을 뽐냈습니다. 
 
경영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직후 직접 추진한 게 바로 '하만' 인데요. 2017년 국내 M&A(인수합병) 사상 최대인 9조원을 들여 전장·오디오 자회자인 하만을 인수할 때만해도 시장에서는 사업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잖았습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전장사업 매출 증가와 견조한 소비자 오디오 판매로 2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하만은 연매출 13조2100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에는 10조400억원, 2020년 9조1800억원, 2019년 10조800억원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력사업 반도체·모바일·가전 실적 반등 과제…반도체·바이오· 6G 새먹거리 고군분투
 
빛만 있는 건 아닙니다. 풀어가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은데요.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삼는 메모리 반도체의 한파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가 당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한 2700억원대에 그쳤습니다. 연간 매출로는 300조원을 돌파하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4분기 성적표만 놓고 보면 어닝쇼크(실적악화)라고 할 만 합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반도체 부문이 주력사업인 만큼 부진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지요. 
 
게다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경쟁사 대만의 TSMC 시장 점유율이 56%인 반면, 삼성전자는 15%대에 머무른 상황입니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애플과 경합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가 줄었는데요. 가전사업(DX) 역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이 회장은 시장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기술력'을 꼽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는데요. '뉴 삼성'의 기치를 내건  이 회장은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6G) 등 기술 분야 개발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사업 부문 외에도 조직문화 개선이나 사회 공헌 행보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직원 간에만 적용했던 '수평 호칭'의 범위를 경영진과 임원을 대상으로 확대키로 했습니다. '사장님', '상무님'  대신 이젠 이 회장의 영문호칭인 'JY'나 영어 이름인 '제이(Jay)'가 가능하다는 얘기죠. 삼성은 2일 전남 순천시에서 10번째 삼성희망디딤돌 전남센터 개소식을 열었습니다. '삼성희망디딤돌'은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부한 금액으로 시작된 사회공헌활동(CSR) 활동인데요. 이 프로그램은 임직원 기부금 250억원을 토대로 2016년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삼성전자가 2019년 회사 지원금 250억원을 추가해 전국 10곳으로 센터를 확대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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