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경제안보센터 '부실·미분양주택 매입임대 전환 긴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 3차 출석을 앞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에 적극 손을 내밀며 내부 결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비명·반명(반이재명) 등 반대파들의 동력을 사전에 차단하고 전체 계파를 아우르는 자신의 '통합 리더십'을 내보이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입니다. 민주당 안팎에선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정책포럼 '사의재' 출범을 시작으로, 비명계 인사들의 세력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당내 신구 권력 충돌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비명계 행사 축사 자청
이 대표는 애초 31일 비명계가 주최한 '민주당의 길' 행사 관련해 발제 관련 요청을 받았는데 이날 축사로 일단 화답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현장에 직접 나왔습니다. 이 대표의 출연에 애초 모든 행사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려던 주최 측은 이 대표의 축사까지는 외부에 공개했습니다. 참석을 자청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표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의 길은 김종민, 조응천, 이원욱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으로 지난해 전당대회 후 민주당의 실패를 반성하고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꾸린 '반성과 혁신'을 확대 개편한 겁니다. 그간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와 시시각각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당 차원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대응하면 안 되며 개인적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 카드를 꾸준히 언급하며 이 대표를 압박했습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에 참석해 '민주당 집권 5년 반성과 교훈'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겉으론 이재명 참석 환영하지만…사퇴론 '꿈틀'
이 대표 참석 관련해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은 당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민주당의 길' 출범을 주도한 친문(친문재인)계 김종민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이 대표 참석에 대해 "당을 위한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대표 참석이 비명계 등 반대파 동력을 사전에 꺾으려는 의도가 아닌지에 대해선 "우리는 이 대표와 무조건 반대되는 게 아니다. 다른 목소리는 낸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행사에 온 한 친문계 의원도 이 대표의 참석에 대해 "우리가 이 대표 측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그들을 무조건 배척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이 대표를 비토하는 비명계 기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당의 최고위 구성을 보면 역대 최고위 중에 가장 강경파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같은 원보이스로 나오고 있다"며 친명(친이재명)계 위주인 최고위를 비판했습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전날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당직자든 기소가 됐을 경우에는 일단 물러났다가 무고함이 밝혀지면 다시 복귀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며 당헌 80조에 따라 이 대표에게 사퇴를 압박했습니다.
"치고나간 이재명, '리더십' 건재 피력 의도"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이번 참석에 숨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합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본인이 직접 비명계 중심 모임에 나섬으로써 '반대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현 당내 인식을 잠재울 수 있고 또 자신의 리더십이 건재하다는 점도 보여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주최한 비명계 입장에서도 당대표가 직접 모임에 찾아와 축사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문 조사를 마친 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 대표가 먼저 행사에 나선 것은 현재 비명·반명 등을 통해 당내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여러 계파를 포용하려는 행보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 대표가 그런 자리를 한번 간다고 해서 반대쪽 사람들이 바뀔 것도 아닌 만큼 크게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면서도 "결국 자신이 모든 계파를 포용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바라봤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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