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생산 종료와 함께 폐쇄됐습니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두 번째인데요. 부평2공장은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해왔지만 장기간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후속 모델이나 신차 생산을 추가로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이제 한국지엠 공장은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 두 곳뿐입니다. 생산 차종도 트레일블레이저, 차세대 CUV(신형 트랙스)가 전부입니다. 경차 스파크는 올 1분기까지만 판매하고 단종 됩니다. 제네럴모터스(GM)가 한국에서의 전기차 생산 계획도 없는 만큼 한국지엠은 GM의 내수용 조립공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사진=뉴시스)
이미 한국지엠은 내수 보다 수출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한국지엠의 지난해 판매량은 총 26만4875대인데 이중 수출이 22만7638대로 86%에 달합니다.
한국지엠은 2025년까지 총 10종의 전기차도 출시할 계획인데 국내 생산 모델은 전무합니다. GM은 2030년까지 북미와 중국 지역 공장 50% 이상에서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추고 2035년에는 100%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방침인데요. 최근 2024년 GM멕시코에서 이쿼녹스와 블레이저 전기차 생산이 결정되면서 북미에선 5번째 전기차 생산기지가 됐습니다. 이미 GM상하이는 전기차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죠. 결국 GM 글로벌 사업장에서 전기차 생산이 없는 곳은 한국지엠과 GM브라질뿐입니다.
한국지엠 노조는 부평2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GM은 한국지엠을 전기차 생산보다 트레일블레이저 생산과 CUV의 성공적인 출시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쉐보레 전기차인 볼트EV의 경우 국산 배터리와 모터가 탑재되는데 미국에서 생산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한국지엠 신차 개발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내연기관차만 생산케 하는 것은 단순히 아시아 생산기지로 인식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GM은 2019년 R&D법인(한국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을 분리했고 2019년 쉐보레 브랜드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시키는 등 한국지엠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최근엔 한국지엠을 'GM 한국사업장'으로 지칭하면서 한국지엠 위상이나 역할을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평2공장 폐쇄와 맞물려 철수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죠. 특히 지난해 10월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 17.03% 전량에 대한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철수설에 불을 지폈습니다.
앞서 산은과 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등 한국지엠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정에서 최소 2028년까지는 지분을 유지하는 쪽으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시한이 5년이나 남은 상항에서 보유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건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누적 적자가 5조원대에 달하는 등 재무상태가 부실한데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전기차 1종이라도 생산되면 신뢰성을 높이면서 한국지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현재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8000억원 넘게 자금이 투입됐는데 내수 판매량이 오르지 않고 파업 등 노사 분쟁이 생기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미 GM은 10여 국가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장을 정리한 기업인만큼 한국지엠이 수출물량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로버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해 10월 출범 20주년 행사에서 "한국사업장이 GM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효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GM 다른 사업장과 경쟁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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