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글로벌 긴축 우려로 인한 고금리 상황이 증시를 급변시키며 테마주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도주가 소멸되고,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며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가는 모습입니다. <뉴스토마토>는 테마주 장세의 바로미터를 제시하기 위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테마주를 톺아보는 (기업대해부) 코너를 신설해 매주 연재합니다. 투자자 여러분의 올바른 투자판단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마지막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호조 영향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 관련주들의 주가도 심상치 않습니다. 일각에선
비덴트(121800)와
인바이오젠(101140),
버킷스튜디오(066410) 등 ‘빗썸 테마주 3인방’이 기회를 타 주식관련 사채를 대량으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나옵니다. 비덴트의 경우 그간 주가가 오를 때마다 대규모로 주식관련 사채를 발행한 데다 현재 주가가 급락한 만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주가에 더욱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비덴트 등 빗썸 관계사들의 경영진이 현재 횡령·배임 및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어느때보다 강하게 요구됩니다.
초록뱀컴퍼니, 비덴트 전환우선주로 44억 차익실현 가능…오버행 우려↑
(그래픽=뉴스토마토)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초록뱀컴퍼니(052300)는 비덴트의 전환우선주 64만5578주를 보통주로 전환청구했습니다. 전환비율은 1주당 4.962주. 이번 주식전환 청구로 비덴트의 보통주는 320만3074주가 증가했습니다.
해당 전환우선주는 지난 2021년 12월 비덴트가 최대주주인
인바이오젠(101140)(300억원)과
초록뱀컴퍼니(052300)(100억원)를 대상으로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주식입니다. 당시 보통주 전환비율은 전환주선주 1주당 보통주 1주의 1대1 전환이었습니다. 그러나 보호예수 기간(1년) 비덴트의 주가하락과 신주발행 등으로 전환비율은 1주당 4.962주까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됐습니다.
전환비율을 기준으로 초록뱀컴퍼니가 확보한 비덴트 보통주의 주당 발행가격은 3122원. 초롬뱀이 이번에 발행된 보통주를 모두 매각할 경우 이날 비덴트 종가(4500원) 기준 44억원의 차익 실현이 가능합니다.
(표=뉴스토마토)
초록뱀컴퍼니가 주식 전환을 청구했지만 아직도 주식전환가능한 전환우선주는 대량으로 남아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전환우선주는 총 600억원 규모로 347만2833주의 전환우선주가 남아있죠. 최근 전환된 보통주 전환 비율을 기준으로 전환가능 주식수는 1723만680주입니다. 비덴트 발행주식 총수의 25.6%에 달하는 비중입니다. 최근 전환우선주의 전환청구로 발행주식수가 늘어난 만큼 리픽싱 이후 실제 전환될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전환우선주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덴트는 그간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대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했는데요. 현재 소각되지 않고 남아있는 비덴트의 CB와 BW는 2098억원(15~19회차)에 달합니다. 주식전환 청구 전인 전환수선주(600억원)을 더할 경우 현재 시가총액(2482억원)을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비덴트 CB와 BW의 전환가액은 3400~9000원까지 다양합니다.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전환가능한 주식 수는 5780만5144주(99.16%). 미전환 전환우선주를 고려할 경우 발행가능 주식수는 7503만5824주(128.72%)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15회차 CB(398억원)를 제외한 모든 CB와 BW가 액면가인 500원까지 리픽싱이 가능한 만큼, 실제 발행되는 주식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초록뱀, 120억 CB로 1년 새 300억 차익…1000억 CB 대기 중
(표=뉴스토마토)
비덴트는 본업보다 빗썸 테마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빗썸은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비덴트→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이니셜1호투자조합’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에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는 ‘빗썸 테마주 3인방’으로 불리며 주가 급등락을 이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3개 상장사는 대규모의 CB와 BW,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데요. 각 계열사 외에 가장 많은 자금을 대줬던 곳이 바로 원영식 회장의 초록뱀그룹입니다.
여러 투자조합으로 사채 발행 당시 그 이름을 숨겼지만, 실상은 대부분이 초록뱀그룹이었죠. 지난 2020년 발행한 13회차 CB(300억원)는 케이터투자조합에 발행됐는데요. 해당 조합에서 가장 많은 출자금을 댄 곳이 초록뱀입니다. 원영식 회장과 그의 배우자인 강수진씨가 각각 30억원을 출자했고요. 그의 아들 원성준군이 40억원, W홀딩컴퍼니(현 초록뱀컴퍼니)가 20억원을 출자합니다. 조합원 11명(개) 중 초록뱀 일가가 120억원을 출자한 겁니다.
해당 CB는 2021년 12월에 주식으로 전환됐는데요. 당시 빗썸 테마주를 타며 주가는 3만7700원까지 올라가죠. 전환가액(7087원)을 기준으로 4배에 가까운 수익률로 원영식 일가는 300억이 넘는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밖에 지난해 2월 제이케이투자조합을 통해 발행된 17회차 CB(500억원). 해당금액은 모두 ‘초록뱀 블록체인 신기술조합1호’에서 출자했습니다. 17회차 CB 전환가액은 3474원으로 전환가능 주식수는 1151만4104(19.75%)주에 달합니다. 이 CB는 다음달이면 주식전환이 가능합니다.
또 지난해 4월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18회차 CB도 초록뱀컴퍼니(300억원)와 ‘초록뱀 블록체인 신기술 조합2호’(200억원)을 통해 발행됐습니다.
비덴트와 거리두는 초록뱀, 압수수색 영향?…풋옵션에 재무구조 악화
(표=뉴스토마토)
우려되는 점은 오버행만이 아닙니다. 비덴트의 경우 지난해 10월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이후 CB와 BW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만기 전 상환된 사채들의 처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지난 10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만기 전 상환된 CB와 BW의 규모는 총 950억원 규모. 이중 17회차 CB(500억원)에서 상환된 100억원(소각)을 제외한 모든 CB와 BW는 비덴트가 보유하고 있는데요. 검찰이 빗썸 3사의 CB와 BW 등에 주목하면서 이를 재매각할 곳이 마땅치 않아진 탓입니다.
비덴트와 ‘한몸’처럼 움직이던 초록뱀은 이미 발을 빼고 있는 모습입니다. 초록뱀컴퍼니는 지난 10월 보유한 18회차 CB 전부를 조기 상환했습니다. 17~18회차 CB를 매입했던 초록뱀신기술조합도 18회차 CB를 전액 상환했고, 17회차 CB 일부(100억원)을 상환했네요.
비덴트의 CB와 BW에 총 800억원 투자하며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선
위메이드(112040)도 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7월 위메이드는 호연아트펀드1호가 보유한 비덴트 16회차 BW 500억원을 인수하며 비덴트의 경영에 참여했는데요. 같은달 200억원의 BW에 콜옵션(매도청구권)이 행사된데 이어 지난 12월 300억원의 BW마저 매각했습니다. 이와 함께 투자 목적 역시 ‘경영권 영향’에서 ‘단순투자’로 변경. 비덴트와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선 이같이 쏟아지는 풋옵션이 빗썸 테마주 3사의 재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난 3분기 기준 비덴트의 현금성자산은 1127억원. 미상환 CB와 BW는 1698억원입니다. 현재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조기상환 물량을 소화하고 있지만, 조기상환이 이어지면서 현금성 자산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채무상환을 위해 계속해서 자금을 수혈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이미 초록뱀 등 CB 투자자들은 수사 이후 상장폐지 등을 우려해 발을 빼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환우선주와 CB 등을 통한 계열사간 자금조달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최대주주에게 유리하지만 개인투자자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버행 우려와 관련해 비덴트 관계자는 "슬기롭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무더기로 발행된 신주의 오버행 우려를 딛고 비덴트가 슬기롭게 뒷수습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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