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제3자 뇌물죄는 뇌물이 요구 당사자에게 직접 오가지 않아도 죄가 됩니다.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지요. 보통 뇌물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일반인들이 떠올리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대중의 오해를 부르기도 합니다.
'제3자 뇌물죄', '뇌물죄'랑 다르다?
형법 제130조에 규정된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제3자'는 법인과 개인 모두를 칭합니다. 또 제3자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측근이거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쟁점은 청탁에 따른 '대가성'입니다.
제3자 뇌물죄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이남기 전 공정거래 위원장의 판례를 보면 이렇습니다.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2002년 7월 케이티(KT) 주식 취득과 관련해 기업결합심사를 받던 에스케이(SK)텔레콤 임원 A씨를 불러 자신이 다니는 사찰에 10억원을 내도록 요구했습니다. SK텔레콤이 선처받기를 원했던 A씨는 이에 응했습니다. 이후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된 이 전 위원장은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습니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도 마찬가지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실제 롯데그룹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고, 박 전 대통령은 제3자 뇌물죄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 푼도 받지 않았는데 뇌물죄로 처벌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K스포츠재단으로 흘러간 돈이지,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진 돈이 아니라는 것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뇌물죄' 판례는?
이는 형법 제129조에 규정된 '뇌물죄'와 혼동한 탓입니다. 형법 제129조에 규정된 뇌물죄는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직접 뇌물을 받은 경우 처벌한다는 조항입니다.
실제 초등학교 전기공사 담당 업자로부터 현금 등 금품을 받고 준공 관련 편의를 제공해준 초등학교 교장은 뇌물죄로 2022년 3월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습니다. KT에 딸을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뇌물죄에 해당합니다. 김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이던 2012년 10월 이석채 전 KT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아준 대가로 딸의 KT 정규직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시스)
'제3자 뇌물죄'와 '뇌물죄'…정치권도 '혼동'
성남 FC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이재명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도 제3자 뇌물죄죠.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제3자뇌물죄와 뇌물죄를 혼동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KBS라디오에서 “개인의 부정한 돈을 받아 뇌물을 착복하거나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 본인도 10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수원지검 앞에서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고 했어요.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뇌물죄 혐의를 부인한 겁니다.
반면 이 대표의 혐의를 두고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비대위에서 "딱 떨어지는 제3자 뇌물죄"라고 말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미르, K스포츠 재단과 성남FC 의혹이 무엇이 다른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제3자 뇌물죄' 입증은 '대가성'에 달렸다
검찰은 성남FC에 지급된 돈이 이 대표를 향한 대가성 후원금으로 판단하고 제3자 뇌물죄로 기소했습니다. 이 대표가 직접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니지만, 뇌물성 후원금을 받았다는 것이죠. 반면, 이 대표 측은 성남FC에 지급된 돈은 후원금이 아닌 정당한 광고비 집행이라 주장합니다.
유·무죄를 가를 핵심은 '대가성' 여부입니다. 한 부장판사는 <뉴스토마토>와 전화 인터뷰에서 "직접 당사자 간에 뇌물이 오고 간 뇌물죄보다 제3자 뇌물죄는 대가성을 입증하는 게 더 까다롭다"라며 "이 때문에 대가성이 쟁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경지법의 다른 부장판사는 "청탁 내용이 부당한지 아닌지와 별개로 대가성이 있다면 부정한 청탁으로 보는 것이 그간 판례"라며 "이것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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