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가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응하는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한 5일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 상공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애초 '용산은 뚫리지 않았다'는 군의 해명과 달리 지난달 26일 국내 상공에 진입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진입했던 것으로 드러냈다. 현 상황이라면 확성기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던 이명박정부와 같이 윤석열정부 역시 앞으로 대북정책에 있어 강경모드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P-73)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주부터 진행된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며 "구체적인 항적에 대해서는 군사보안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군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 상공에 진입한 북한 무인기 항적 관련해 서울 북쪽에 해당하는 성북구, 은평구, 강북구 등만 지났다고 했다.
김승겸(오른쪽에서 세 번째) 합참의장이 지난 1일 서울 육군 제1방공여단을 방문, 수도권 방공작전 태세의 강화 방안 및 북한 소형 무인기 대비 작전 수행 절차 등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4성장군 출신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보니 은평, 종로, 동대문, 광진, 남산 일대까지 온 것 같다. 용산으로부터 반경 3.7km가 비행금지구역이다. 그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비행금지구역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지역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인근 3.7km 구역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금지구역은 용산구와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하고 있고, 비행금지구역의 기준은 용산 전쟁기념관과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당시 우리 군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즉각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고 반박했다. 또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북한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 북쪽으로 진입했던 것으로 드러냈다. 애초 합참 작전요원은 레이더에서 확인된 미확인 비행물체의 항적을 무인기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전비태세검열실 정밀조사 결과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아 기존 판단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육·해·공·해병대 등 군 지휘관으로부터 대비태세를 보고받고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은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에도 대통령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대통령실 경호를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이 뚫린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밀분석 전까지 비행금지구역이 뚫린 지도 몰랐던 무능한 군 당국의 작전실패와 허위보고야말로 최악의 이적행위로, 전쟁 중이었다면 최고수준의 형벌이 내려졌을 사안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모름지기 군통수권자라면 유례없는 안보 참사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책임자의 무능과 기망을 문책 하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무인기 진입 소식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해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체결된 것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으로 10~40km 이내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공중 정찰 활동을 금지하는 등 서로 적대적 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윤 대통령 말대로라면 이번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진입은 9·19 효력 정지 사유가 되는 만큼 앞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현재 중단된 확성기 사용과 대북전단 살포 등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63년 처음 등장한 확성기는 노무현정부 때 사라졌다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천안한 사건이 발생하자 다시 설치됐다. 하지만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중단됐다. 남북은 당시 판문전 선언을 통해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한다"고 합의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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