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늘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투자는 수익률과 리스크의 적절한 조합이다. 코스피가 3000을 넘었을 때는 주가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됐으니, 수익률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가가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 지금은 리스크 관리보다는 어느 정도 수익률을 추구해도 좋은 시기라고 판단한다.”
지난해 국내증시가 2200선까지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경고했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올해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의 닥터둠(비관론자)’이라 불리는 김영익 교수는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와 회복 등을 정확히 진단하기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도 많은 증시전문가가 낙관론을 펼치던 가운데, ‘내생에 못 볼 폭락 장이 온다’며, 주식시장에서 탈출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작년 9월 김 교수의 진단은 맞아떨어졌다.
올해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리스크 관리를 당부하고 있지만, 김 교수는 이번엔 오히려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김영익 교수에게 향후 시장 전망과 주식시장의 위기에 대해 <뉴스토마토>가 들어봤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서며 시장이 환호하던 당시 꾸준히 폭락장을 경고했고, 결국 현실이됐다. 시장을 예측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작년에는 시장에서 ‘닥터둠’이라고도 불리면서 비관론 전망이 많았는데, 단순한 ‘감’이나 예언이 아닌 여러 주가 예측모델을 통해 데이터에 기초해 분석하고 예측했던 부분이다.
전문가들 모두 나름의 판단기준이 있겠지만, 거시경제 전문가인 만큼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을 분석한다. 코스피를 판단할 때는 가장 상관계수가 높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일평균 수출 금액, 그리고 광의통화(M2) 유동성 등의 지표를 활용해 적정수준을 판단한다.
앞서 코스피가 3300선을 넘어섰을 당시에는 이런 모든 경제 변수에 대해서 20~30% 과대평가 됐었다. 주가가 오를 때는 경제변수 등 펀더멘탈을 과대평가하지만, 떨어질 때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주가는 통상 연착륙이 없는 경착륙을 하곤 한다. 과대평가됐던 만큼 주가도 빠질 수밖에 없었고, 지난 9월에 2130선까지 떨어지면서 코스피도 경착륙했다고 본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올해 증시 전망에 모이고 있다. 올해도 증시는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지. 올해 증시 전망과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작년 4분기부터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해왔고, 올해 1분기에는 주식을 많이 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만약 100을 산다면 작년 4분기 30, 1분기 70 정도를 사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 이유는 올해 1분기에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인플레이션 금리충격으로 주가가 하락했는데, 아직 실물충격이 한번 남아있다. 조만간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데 대부분의 기업 실적이 나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1분기에는 금리충격에 이어 실물충격까지 모두 받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주가는 현재 상황보다 미래지표를 따라가는 만큼, 현재주가 수준에서는 주식을 사야 한다고 판단한다.
미래 경제지표 중 대표적인 것들이 OECD에서 발표하는 우리나라 선행지수, 그리고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있다. OECD는 2021년 5월, 순환변동치는 6월에 고점을 쳤다. 이후 지금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올해 1분기 후반쯤에는 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경기는 나쁘지만, 미래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들은 서서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올해 저점은 2200선으로 보고 있다. 고점은 2700선까지 볼 만하다. 1분기 저점을 확인한 이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기침체 등으로 3000선을 넘어서는 추세적 상승까진 아직 힘들다고 본다.
여러 경제지표들이 둔화되고 있는데, 주식 외에 투자할 만한 상품이 있나.
금리 하락과 달러 가치하락 측면에서 채권과 금 투자를 추천한다. 먼저 금리는 현재 정점을 찍은 이후 빠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5%에서 3.5%까지 급락했다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목표치 1% 중반대로 제시했지만, 사실 1%가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GDP를 구성하는 실질 소득 감소했고, 자산가액도 떨어졌다. 금리가 인상되니 소비와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GDP를 구성하는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도 올 1월에 한 번 올리면 3.50%가 끝이라고 본다. 결국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금리가 떨어지리라 판단된다. 그래서 채권투자는 꼭 해야 한다. 그동안 국채를 사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은행채도 사고, 우량회사채 등급이 높은 것들도 사야 하는 시기라고 보고 있다. 채권 ETF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은 달러 가치 하락 측면에서 투자할 만하다. 금 가격은 달러 가치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달러 가치가 지금 10% 정도 떨어졌지만, 지금도 달러 가치는 국제결제은행 실질 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보면 11월 말 기준 아직도 30% 과대평가 됐다. 장기적으로 지금 모든 자산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는데, 달러 가치도 30% 빠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통계를 보면 달러 가치가 1% 떨어지면, 금값이 1% 오른다.
주식투자 관점에서 유망 업종과 관심 섹터가 있다면.
반도체, 이차전지 섹터가 유망하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이제는 사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관련주다. 2021년 6월 삼성전자 10만전자 말이 나올 때 선행지수는 꺾이고 있었다. 대표적 경기 관련주인 삼성전자가 오를 수 없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후반에는 선행지수가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부터 사는 시점이라고 보는 이유다. 더구나 경기가 나쁘면 대부분 기업이 투자를 줄이지만, 삼성전자는 계획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더 잘 될 수 있다. 시간의 문제지 다시 9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2차전지는 장기적으로 전세계가 전기차로 가면서 성장산업이라고 본다. 2차전지는 우리나라 기술력이 선두권이다. 지금은 많이 올랐다가 빠졌는데 성장 과정에서의 진통이라고 본다. 전기차로 가는 추세는 대세적인 것으로, 지금처럼 조정을 받고 있을 때 미리 사서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판단한다.
미국주식도 하락세다. 미국 전망은 어떻게 보나 ‘서학개미’들에 조언한다면.
미국주식은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우리주가는 과소평가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는데, 미국은 아직도 과대평가됐다. 버핏지수를 보면 미국 전체 주식 시가총액을 명목 GDP로 나누 값은 작년 4분기 344%였고, 올해 1분기 245% 낮아졌다. 다만, 2000년 이후 지난 22년 평균이 186%다. 그동안은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달러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어느정도 손실을 만회했지만, 지금 달러 가치마저 떨어지고 있다. 미국 주식 투자는 주식가치 손해와 환차손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코스피가 3000선을 넘었을 때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굉장히 많은 분들이 주식시장에 참가했다. 그때는 주가가 과대평가였는데, 지금은 저평가의 영역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명목 GDP를 비롯해 주가도 장기적으로 상승추세라고 판단한다. 시간이 갈수록 결국 추세에 접근할 것이다. 지금 이후로는 리스크 관리보단 약간의 수익률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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