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책 읽는 사회로 나아가는 담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2022-12-22 06:00:00 2022-12-22 06:00:00
지난 12월 6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최로 ‘2022 독서문화사업 결과공유회’가 서울 명동에 있는 문화공간 마실에서 열렸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독서문화의 확산과 출판수요 창출을 위해 연중 펼친 23개 사업 중에서 15개 사업의 진행 경과와 성과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독서진흥 사업을 펼치는 관계자들이 네트워킹을 하며 사업의 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처럼 독서문화계에서 연도별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는 처음이었다. 
 
대표적인 영유아(0~7세) 독서진흥 사업인 ‘북스타트’의 경우 올해 약 11만 3천 개의 그림책 꾸러미를 배포했다. 꾸준히 감소하는 출생률을 감안하면 전국 단위의 보급률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가정에서의 영유아 독서 활동에 대해 안내하는 부모(보호자)용 가이드북은 국고로, 그림책 2권은 시행 지자체와 시행기관(주로 공공도서관)이, 북스타트 가방은 주관기관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각각 제공하여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 독서단체가 협업하는 체계도 이상적이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도서관과 산모건강증진센터 등에서 양육자를 대상으로 북스타트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어떤 지역에서는 행정복지센터에서 출생 신고를 하는 부모들에게 꾸러미를 100% 전달하였다. 올해는 시범사업 성격으로 시니어 북스타트를 3곳에서 진행했고, 그림책 북큐레이션 홈페이지도 준비 중이다.    
 
그 밖에도 청소년 대상 독서문화캠프 및 독서토론 한마당,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책 체험 버스’ 운영, 민관 협력으로 추진한 ‘청년 책의 해’ 사업, 전국의 독서동아리 400개에 활동지원금과 저자와의 만남을 지원하는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사업, 400개 군부대에서 독서코칭 사업을 펼친 병영독서 활성화 지원 사업, 교정시설 독서활동 지원, 지역에서 실버 세대가 문화 소외 계층을 찾아가는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올해는 원주시), 전국 지역서점 공모로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심야책방’ 등의 사업도 추진되었다. 또한  문화 소외 계층 청소년들이 지역서점에서 책 1권을 구입하도록 북토큰(도서교환권)을 배포하는 ‘청소년 북토큰’ 사업의 경우 수혜자가 지난해 7만 4천여 명에서 올해 9만 7천여 명으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매년 시행하는 각종 독서진흥 사업은 시민의 독서환경 조성과 독서의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매년 국민 독서율이 하락하여 이제는 성인 2명 중 1명만 책(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포함)을 읽는 시대를 맞이하여 기존 사업의 전략적 확산 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이를테면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사업의 경우 책 읽는 직장을 만들기 위한 공모제 방식으로 정부가 책 읽는 직장을 인증하는 제도인데, 인증 신청을 하는 직장 수가 154개에 그칠 정도로 확산이 더디다. 해당 직장 중 민간 기업 비중도 54%로 높지 않다. 기업과 직장의 자율성에 기댄 인증제도이지만, 인증에 따른 혜택이나 명예가 주어지지 않으니 신청 건수는 여전히 저조하다. 다른 사업들의 경우도 사업의 확장성과 파급력,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수혜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일회성으로 소진되는 지원사업 방식이어서 독서환경 개선이나 독서습관 형성과 연결되기도 힘들다. 
 
2007년에 독서문화진흥법이 제정된 후 우리의 독서환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새해에는 5년 단위의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이 새롭게 수립된다. 가정, 학교, 직장, 사회에서 독서환경의 토대를 만드는 제도와 독서진흥 프로그램들이 대폭 혁신됨으로써 책 읽기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도록 기여하는 지원정책의 재구조화가 긴요하다. 이를 위해 국회에 장기간 계류 중인 독서문화진흥법 개정(도종환 의원 개정안)을 통한 ‘독서권’ 보장, 체계적인 독서정책 추진을 위한 한국독서문화진흥원 설립, 국민 누구나 매년 1권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독서수당 지급,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톡톡 튀는 독서정보 자극과 독서 생활화 프로그램 확산 등 보다 담대하면서 치밀한 계획 마련이 요구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기업과 민간에서도 독서환경과 독서습관을 만드는 일에 나서도록 촉진하는 독서정책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사이에 성인 독서율이 20% 이상 하락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지식, 지혜, 상상력, 마음 건강의 보고인 책을 읽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란 없다. 국가가 독서정책에 투자해야 할 이유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bookclub21@korea.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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