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유통기한 집착의 끝
2022-12-18 06:00:00 2022-12-18 06:00:00
사람마다 집착하는 분야가 다른데 나는 유독 '유통기한'에 집착이 심하다. 뜯지도 않은 두부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그대로 쓰레기통 행이다. 우유, 햄, 빵, 소시지, 베이컨, 계란 등등 하루만 지나도 '큰일' 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 지인 냉장고에서 발견한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요거트에 경악을 했는데 결혼하니 신랑도 똑같았다. 유통기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잘 해치웠다. 
 
그간 아깝다고 생각했던 음식물, 특히 뜯지 않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나있는 식품들을 놔두기 시작했다. 두부는 뜯지 않으면 훨씬 더 오래놔 둬도 된다고 하더라. 등 '카더라'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쓰레기통에 넣을 때마다 불편했던 마음을 생각하며 그냥 냉장고에 더 넣어둘 때도 있었고, 가끔 고맙게도 신랑이 먹어주기도 했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유통기한에 집착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공식적으로'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표기되는 기간이 품목별로는 차이가 있지만 대략 80%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두부는 17일에서 23일로 5일정도, 햄은 38일에서 57일로 약 20일 가까이나 증가하게 된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는 명확하다. 유통기한은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영업자가 소비자에게 해당 식품을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최대의 기한이다. 반면 소비기한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 
 
그간 많은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라도 일정 기간은 섭취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만큼 상당수가 버려졌다. 실제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톤으로 처리비용은 1조96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폐기가 줄면 소비자는 연간 8860억원, 산업체는 260억원의 편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소비기한 전환의 정착은 오랜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지만 1년간 계도기간이 있는 만큼 소비자 인지가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용되는 상황에서 기간이 혼란스러운 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은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
 
최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서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양성범 교수팀이 소비자 9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이 연구에서 소비자의 52.9%는 마트 등에서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이라도 사서 먹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반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2%에 그쳤다. 
 
이는 충분한 홍보 없이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하면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소비기한은 소비자 중심의 기간이다. 냉장보관 해야 하는 햄을 상온 보관 후 소비기한까지 둔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소비기한까지 식품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맞는 온도와 저장 방법 등을 제대로 지켜야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소비기한의 도입 취지를 생각할 때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좀 더 정확한 정보제공이 필요해 보인다. 유통기한 때문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수많은 음식 쓰레기가 줄어들 수 있더라도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하늬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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