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에 이어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한 경고 수위를 올리고 있다. 중국 봉쇄령과 반도체 경기 악화 등에 따라 수출이 급감한데다, 고물가·고금리에 내수까지 위축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 지표가 이어질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1%대 초반을 넘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12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으며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가 늘었다'고 전망한 지난달 경제동향에 이어 '경기 둔화' 경고 수위를 높인 발언이다.
KDI 측은 "대중국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11월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4.0% 줄었다. 전월(-5.7%)대비로도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대중국으로의 수출이 25.5% 급감했다.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 장기화와 경기 둔화 등이 복합 작용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9.8%), 선박(-68.2%), 석유화학(-26.5%), 무선통신기기(-18.7%) 등 주력 품목에서 약세를 보였다.
반도체 등 수출 가격 하락세에 더해 수출 물량도 줄었다. 지난 11월 수출가격지수와 수출물량지수는 각각 3.5%, 3.4% 감소했다.
이에 따른 제조업 불황도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산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1.5%(계절조정) 감소했다. 4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으로 인해 제조업 분야에서 가동률을 낮추는 대신 재고를 소진하는 경향을 보였다. 평균가동률은 75.1%에서 72.4% 낮아지고, 재고율도 전월(121.4%)대비 떨어진 122.1%를 기록했다.
11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14.0% 줄었다. 신용카드사 매출액도 4.4% 증가에 그쳤다. 카드 매출액의 경우 8월(20.6%), 9월(11.9%), 10월(7.3%)을 거치면서 지속적인 증가세 둔화를 맞고 있다.
이달 제조업과 비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각각 70, 76을 기록하는 등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KDI는 "주요국 통화 긴축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지정학적 긴장의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와 기업심리지수의 하락세가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지속되면서 소비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줄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5를 기록하면서 전월(88.8)에 이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올랐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반영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도 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KDI는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소비심리와 기업심리가 모두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가 5일 공개한 주요 투자은행 9곳의 내년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에 그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1%대(1.5%) 성장률을 예측한 노무라증권의 경우는 마이너스 1.3%의 역성장을 점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12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으며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은 서울 철공공단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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