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월) 토마토Pick은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예정된 일정을 하루 넘겨서까지 진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COP27) 총회 소식을 총정리했습니다. 결론은 ‘아직은 희망이 있다’입니다.
COP27의 의미와 연혁
COP는 ‘당사국총회’를 뜻하는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이며, 숫자 ‘27’은 27번째 회의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다음 총회는 COP28이 됩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유일한 국제외교회의입니다. 주요 연혁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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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유엔환경개발회의 : 기후변화협약 체결
-1995년 독일 베를린 COP1 개최 : 1997년 COP3에서 200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정서를 채택하기로 의결
-1997년 일본 COP3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채택 : 주요 탄소 배출국들에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 할당. 2005년 발효해 2020년 종료
-2010년 멕시코 COP15 ‘칸쿤합의'(Cancun Agreements) 채택 불발 : 교토의정서 이후의 체제 구축 논의. 온실가스 감축 외에 개도국 지원 방안이 처음으로 논의되어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게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약 141조 원)를 공여하겠다고 원론적인 약속을 했지만 이견으로 최종 합의는 불발
-2015년 프랑스 COP21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 채택 :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협약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합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모든 국가로 확대.
-2020년 코로나로 열리지 않음
-2021년 스코틀랜드 COP26 ‘글래스고조약'(Glasgow Climate Pact) 채택 :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선진국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기금 2배로 확대
COP 무용론
COP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유일한 국제외교회의입니다만 합의도 잘 안되고, 실천도 잘 안되는 문제로 인해 무용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그레타 툰베리입니다. 툰베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저서 '기후 책'(The Climate Book) 발간 행사 질의응답에서 "나는 많은 이유로 COP27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COP은 권력 있는 자가 그린워싱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위장 환경주의를 뜻하는 말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인 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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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주요 의제
안팎의 비판 속에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이번 총회는 그동안 최종 합의가 불발된 기후변화 피해국 보상 문제가 사상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라는 제목으로 주요 의제로 채택되었습니다. '손실과 피해'란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따른 경제적 혹은 비경제적 손실을 뜻하는 것으로, 기후 변화가 유발한 해수면 상승, 홍수, 태풍, 가뭄, 폭염 등 자연재해에 따른 사망과 부상, 이재민 발생, 시설 파괴, 농작물 피해, 생물다양성 상실 등이 포함됩니다.
☞관련기사 다음은 이번 COP27 주요 의제입니다.
-의제1 : 손실과 피해 기금마련과 독립기구 설치
-의제 2 :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안
-의제 3 :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시작부터 한계 드러낸 COP27
문제는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가운데 이번 총회에 참석한 나라는 2위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6위 브라질 룰라 대통령 당선자 뿐이었습니다. 중국(1위)의 시진핑 주석, 인도(3위)의 모디 총리, 러시아(4위)의 푸틴 대통령, 일본(5위)의 기시다 총리, 인도네시아(7위) 위도도 대통령, 이란(8위)의 라이시 대통령, 캐나다(9위)의 트뤼도 총리, 한국(10위)의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했습니다.
☞관련기사 참고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COP26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바 있습니다.
☞기조연설 전문
기후변화 피해국가 입장
기후변화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들은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별도의 자금 조달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수조 달러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금 조달 기구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주요 개도국 정상들의 주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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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 "기후 위기의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피해자인 개도국을 도와야 하지만 개도국을 빚의 올가미에 내던지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 "은행 등 자금 지원 기관들은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겸 아프리카연합(AU) 의장 : "아프리카 국가는 화석연료를 쓴 선진국 산업정책에 따른 기후변화의 피해자인데도 스스로 기후변화 대응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이다."
-개스턴 브라운 앤티가 바부다 총리 : “기업들에 탄소세를 부과해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기금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할 때이며 화석연료 생산 기업은 인간 문명을 대가로 터무니없는 이득을 챙겼다.”
온실가스 배출국가 입장
하나의 입장이 있을 수 없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유리하게 말하기 마련이니까요. 유럽과 미국은 손실 보상에 완전히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그 책임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2030년에는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이 300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무한책임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그래서 절충안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은 일단 합의안이 나오기 전까지 돈을 내놓고 있는데요. 최소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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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 570만 달러(약 78억원)
-아일랜드 : 1000만 달러(약 137억원)
-오스트리아 : 5000만 달러(약 687억원)
-벨기에 : 모잠비크에 250만 달러 (약 34억원)
-덴마크 : 1300만 달러(약 179억원)
-독일 : 1억7000만 달러(약 2333억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 “유럽은 이미 빈곤한 국가들을 돕고 있으며 다른 서방 국가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부유한 비유럽 국가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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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대통령 : 바이든은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한 뒤에 “내 정부가 취한 조치(IRA, 인플레이션감축법)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줄이는 파리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길 위에 올려놨다. 미국은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도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리더십의 책임과 의무다.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모든 주요 탄소배출국이 1.5도에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하지만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개도국들이 바이든 연설에 시큰둥한 이유입니다. 바이든은 공화당의 반대라는 딜레마에 갇혀있습니다.☞관련기사
-미국 존 케리 기후특사 :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보상 및 책임과 연결되는 법적인 구조와 같은 것을 만들지는 않으려 할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이 기여하는 구호 또는 현존하는 기금 형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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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셰전화 기후특사는 지난 9일 “비록 우리의 의무는 아니지만, 손실과 피해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해 보상금을 낼 것처럼 말했는데요.
☞관련기사 바로 다음날 중국 대표단 대변인은 "재정적으로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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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러시아 : 아직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 보상 문제에 발을 빼고 있습니다. 그래서 EU는 이런 나라를 끌어들이기 위해 ‘특별기여금’을 조성하자면서 압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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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입장
나경원 기후특사는 지난 8일 특별연설에서 “지난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설정한 온실가스 40% 감축목표가 제조업 기반의 한국 경제에 매우 야심찬 목표지만,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또한 개도국의 기후 변화 적응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적응기금’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연간 12억원씩, 총 36억원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돈을 내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관련기사 우리나라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최하위권인 60위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정부를 망라하고 최하위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기후 악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기사 자세한 우리나라 상황은 10월 21일자 레터를 참조하십시요.
☞[토마토레터 제32호] 대한민국은 왜 기후변화 대응 후진국이 되었을까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
파리기후협약에서 진도 못나가
2015년 COP15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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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개도국(LDC) 그룹 : 기후 상승의 충격에 가장 취약한 46개국을 대표하는 LDC 그룹은 성명을 통해 “1.5도 목표는 유지돼야 한다”며 "세계가 기후변화와 싸움에서 단결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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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EU : 1.5도로 제한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이미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IRA법으로, EU는 2030년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기 위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Fit For 55’를 추진중입니다. 우리나라도 1.5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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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러시아 등 개도국 : 온실가스 감축 요구가 커질 것을 우려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합의된 사항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1.5도가 아니라 2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중국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최대 80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 메탄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겠다는 국제메탄서약에도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관련기사 인도는 아예 대놓고 2040년까지 석탄을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 제재를 해제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완전 어이 없는 흥정을 하고는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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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정상회담이 분위기 전환?
일부 언론에서는 미중정상회담이 이번 총회에서 결실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미중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는 중요 의제도 아니었고, 원론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해나가자는 합의를 했는데 이게 전환점을 이루었다고요? 기사를 너무 건성건성 쓰는 거 아닙니까? 이번 합의는 EU의 중재 노력이 가장 컸습니다. 특히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폐막일을 하루 넘긴 19일에 "앞으로 나아가야지 뒷걸음질을 쳐서는 안 된다. 위기에 대응해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세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퇴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배수진을 치고 막판 타결을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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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합의문 내용
이렇듯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 열린 COP27에서는 역사적 합의가 도출됐습니다. 폐막일을 하루 미뤄가면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 합의를 이끌어 낸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겁니다. 다만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부터 보상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금을 부담할지 등은 논의를 해야 합니다. 다음은 합의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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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와 손실' 기금 조성 합의 ;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협의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제한 유지 : 2015년 COP15 파리기후협약 확인
-석탄화력발전 단계적 축소 유지 : 2021년 COP26 글래스고조약 확인. 석유와 천연가스는 추후 논의
차기 COP 개최지는
내년 11월에 열리는 COP28은 대륙 순회 원칙에 따라 아시아의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됩니다.
☞관련기사 2024년 COP29는 유럽의 불가리아가 개최지 신청을 했고, 2025년의 COP30은 남미의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당선자가 개최 의사를 표명했고, 2026년 COP31은 중도좌파 집권으로 정책에 변화가 생긴 오세아니아의 호주가 태평양 도서국가와 공동개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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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크레타 툰베리처럼 급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COP가 가진 한계는 분명히 존재할 겁니다. COP를 통한 노력이 부질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90개국이 넘는 이해당사자들이 하나의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그 합의안을 완벽하게 실천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록 부족하나마 세계 각국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진보를 이룬다’고 믿습니다. 반대자(진보는 보수를, 보수는 진보를)를 설득해서 함께 가지 않은 그 어떤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국내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가 100% 만족하는 정책이 실행된다면 그 정책은 100% 실패합니다. 내가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 타협안으로 만든 정책이라야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측면에서 COP27은 역사적 진보를 이뤄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