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는 올해 실적 반등을 기대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설·부동산 수요가 늘어 낙수효과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가 무색하게 연초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고물가, 고환율 현상을 심화시키며 전 세계 경기 악화에 불을 지폈다. 국내에서도 소비가 줄어들었고, 특히 가구업계 매출과 직결되는 부동산 매매 거래량도 급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해 이미 부담을 안고 있었던 가구업계는 이어진 악재로 영업손실을 내기에 이르렀다. 기초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가구업계는 '생존형'으로 전략을 바꿔 필살기를 펼치는 모습이다. 2차례에 걸쳐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구업계의 각기 다른 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시공이 끝난 후 한샘 시공협력기사가 고객과 시공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샘)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가구업계 맏형 격인
한샘(009240)은 올해 3분기 결국 3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한샘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빠진 4773억원이었고, 136억원의 영업손실까지 냈다.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기도 하다. 주택매매 거래량이 감소한 영향이 가장 컸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부동산 경기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워 단기간에 한샘의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더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비주력 핵심자산의 매각을 통한 성장 재원의 마련 등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한샘은 당장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한샘은 미래 투자재원 확보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항 중 하나라고 밝히면서 만약 사옥을 매각하더라도 한샘이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수·합병도 열어둔 상태다. 공시에 따르면 한샘은 보유 부동산 매각·매각자금으로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이나 건자재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온라인 인테리어 자회사인 '인스테리어'를 합병하는 방안을 놓고도 고심하고 있다. 그만큼 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전략 마련에 골몰해 있다는 얘기다. 한샘은 2023년도 조직개편을 통해서도 '효율'에 방점을 찍었다. 온라인사업본부와 인테리어사업본부를 통합해 홈퍼니싱본부를 신설했다. 내년에 출시되는 통합플랫폼의 기능 극대화를 위해 DT(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부문에 IT본부를 통합 편재해 조직을 강화했다.
LX하우시스 시공 기사가 고객 집을 방문해 '지인 공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LX하우시스)
건자재기업인
LX하우시스(108670)는 올해 자회사를 매각한 것이 호수가 됐다. LX하우시스는 올해 2월 슬로바키아 자동차부품기업 c2i를 한국카본에 매각했다. LX하우시스는 2017년 c2i를 인수했지만 적자가 발생하면서 부진을 겪자 재빠르게 매각에 나섰다. 올해 2분기까지도 자회사의 실적이 LX하우시스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지만 3분기는 달랐다. LX하우시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9140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5% 늘었다. c2i 매각을 통한 비용 구조 효율화와 함께 2018년 4분기 이후 분기 기준 처음으로 흑자전환한 자동차소재·산업용필름 부문의 영향이 컸다.
올해 3월에는 LX하우시스의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이 한국유리공업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자재로 쓰이는 판유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조치다. 다각도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LX하우시스는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한명호 사장을 13년 만에 다시 불렀다. 어려운 대내외적 상황에서 경험이 많은 인물을 앞세워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다.
인테리어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사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급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신 공통적으로 '부분 시공'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사에 따른 인테리어 수요보다는 살고 있는 집을 고치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욕실, 주방, 창호, 중문 등의 부분 시공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시공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고객이 지낼 수 있도록 숙박·짐 보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주택매매거래량 등 거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부분시공 전문 상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책임소재를 가리기 힘든 시공의 특성상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과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완책도 내놨다. 한샘은 리모델링 전 과정에서 시공 투명성과 품질을 보장하는 무한책임 솔루션을 구축했다. △홈플래너 3D 상담 △자재 정가제 △전자계약 △직시공 △품질보증 △본사AS 등 6단계 책임 솔루션을 마련했다. LX하우시스는 시공 후 '해피콜' 서비스를 통해 시공 만족도와 시공상 문제 발생 여부를 직접 확인한다. 올해 4월부터는 주방·욕실 제품의 시공 완료 이후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공기사가 고객 집을 방문해 무료로 제품·시공 상태를 점검해주는 서비스인 '지인(Z:IN) 공감 서비스'도 도입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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