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왼쪽 세번째)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은주(왼쪽)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오른쪽) 기본소득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158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야3당이 15일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며 설득에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국정조사 반대 입장이 도드라지자 야권 단독 처리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이번주까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여당을 제외하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김 의장과 면담 갖고, 국민의힘이 끝내 참여를 거부할 경우 김 의장이 본회의에 안건으로 직권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야3당이 참여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지난 9일 국회에 공식 제출돼 다음 날인 10일 본회의에 보고됐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를 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앞서 두 차례 김 의장 주재로 여야 회동을 진행, 국민의힘을 설득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홍근(왼쪽 세번째)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은주(왼쪽)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오른쪽)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면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내에서는 국정조사 반대 기류가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국정조사가 ‘이재명 방탄용’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초선의원 간사단 간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다수는 현재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라며 “(반대)이유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오는 수사의 칼끝을 피하려는 물타기용, 방탄용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63명으로 전체 의원(115명) 과반에 해당한다. 또 전날 주 원내대표가 주재한 3선 이상 중진·재선의원 간담회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면서 사실상 '국정조사 반대'는 당론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의장 직권상정은 이러한 여권 기류를 돌파하기 위한 야3당의 카드다.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 외에 의장 직권상정을 통할 수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집권여당은 책임을 회피하고 국정조사를 무마시키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의장께서도 국민의힘을 설득하시는데 함께 나서달라. 이번주까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참여와 특위 구성 명단 제출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내대표도 “집권여당이 국정조사 협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음으로 인해서 그것 자체가 정쟁이 되고 정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라며 “국정조사 협의 테이블에 나와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면 국정조사가 정쟁이 될 이유가 하등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장께서 어느 시점에서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했다.
용 원내대표 역시 “이번만큼은 국회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국민의 안전한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의장께서 국민의힘을 설득해 주시되 원칙적으로 단호하게 국회가 할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결단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거듭 김 의장을 설득했다.
김 의장은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통상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가장 먼저 의장이 발언을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발언을 하지 않고 야3당 원내대표의 말을 경청하는 데 집중했다. 국회의장 입장에서는 특정 당의 입장만 반영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게 될 경우 중립 의무를 져버렸다며 비판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또 본회의 상정 직후에 있을 여야 간의 극한 대립 또한 고민거리다.
때문에 김 의장은 비공개로 전환된 회동에서 야3당 원내대표에게 의장이 직접 국민의힘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여야 합의를 좀 더 진행하자고 주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장께서는 이 사안의 중대성과 심대성을 감안해서 국정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셨다”며 “다만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추진되는 것이 더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여당을 더 설득할 필요가 있겠다. 의장과 우리 야당 원내대표들도 주호영 원내대표와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야3당은 이번 주까지 국민의힘을 설득하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 구성 등 실무 작업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선 야3당은 무소속 의원님들과 함께 이번 국정조사 요구서를 지난주에 제출한 것을 기반으로 해서 국정조사 계획서의 안을 실무적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언제든지 실무협의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겠다”며 “그러나 국민의힘이 참여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24일 본회의를 맞이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4일 본회의 전까지 전국 17개 시도 지역위원회, 오프라인 서명 등을 통해 총 100만명 서명을 목표로 하며 국민과 함께 여권을 압박할 계획이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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