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확실한 답변을 회피하며 북한의 최근 행보를 용인한 것은 북중 밀착의 강도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이 점차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군사적 위험이 고조된 냉랭한 분위기 속에 향후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는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포함한 미사일 도발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이 북한에 책임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국 외교부는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된 성명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발표문에 북핵, 한반도 등의 표현조차 없었다. 미중 간 북핵 문제를 두고 온도차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회담에 배석한 왕이 외교부장은 정상회담 다음날인 15일 북한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의 기존 입장을 서술했다"며 "한반도 문제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고 각 측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중국의 반응은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참고하면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미국 측 요구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이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행보를 용인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북한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을 활용해 북한의 핵위협을 견제하려 했던 방안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중국의 행보는 미중 간 패권 경쟁에 따른 한반도 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미일 정상은 지난 13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 등에서 중국의 위협적 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경고했다. 여기에 3국의 정상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에 미국과 동맹국이 함께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러한 한미일의 움직임이 중국의 반발 심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이랄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역할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은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역할을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지금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에 대한 중국의 불편함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9년 6월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금수산영빈관을 산책 하고 있다. (노동신문 제공, 뉴시스 사진)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한미일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북한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함께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에도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통제 요구를 거부하면서 북한의 연내 핵실험을 포함한 무력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 오는 29일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이 핵실험 감행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2017년 11월29일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5년 또는 10년을 기준으로 중요 기념일을 강조해 온 북한의 행보를 봤을 때 올해 핵무력 완성 선언일에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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