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북풍 사건화" 대 "방탄 기자회견"…서해 공무원 공방 재점화(종합)
문재인정부 외교라인 "SI 자료 삭제 지시 없었다…현 정부 북풍사건화"
국민의힘 "핵심은 국민 구하지 못했다는 점…월북몰이에 명예살인까지"
2022-10-27 15:45:26 2022-10-27 21:29:29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들이 27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 관련해 "자료 삭제 지시와 '월북몰이'는 없었다"며 당시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윤석열정부가 북풍 사건화하면서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에 매달리고 있다"고 맹폭을 가했다. 이에 여권은 "방탄 기자회견일 뿐"이라고 반박에 나서는 등 두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재점화됐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두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진실이 밝혀지리라 기대했으나 오히려 현 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관련 사실들을 자의적·선택적으로 짜 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 관련 자료 삭제 지시는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감사원과 검찰이 지난 2020년 9월 당시 고 이대준씨를 월북자로 몰기 위해 당시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이와 상반되는 자료를 삭제하거나 허위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앞서 감사원은 13일 "문재인정부가 당시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서해에서 사망한 이씨의 '자진월북'을 속단했다"는 중간 감사 결과를 내놨다. 또 서훈 전 실장을 비롯해 박지원 전 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사건 당시 5개 기관 소속 20명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 이씨의 '월북몰이'를 위해 이와 상반되는 자료를 삭제하거나 허위로 보도자료를 만든 혐의로 지난 18일 서욱 전 장관과 김홍희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22일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고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노 전 실장은 이날 "청와대는 정보와 첩보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라 보고받는 곳이다. 청와대가 기관에 생산된 정보·첩보를 수정·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근거 없이 이 사건을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실익도 없다. 자료 삭제 지시도 없었다"며 "우리 군과 해경, 국정원, 통일부, 안보실 모두 치우침 없이 책무를 다했다"고 강조했다. 구속된 서욱 전 장관·김홍희 전 청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서훈 전 실장 지시에 따라 월북 판단과 첩보 삭제가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자료 논의 자체가 없었기에 그런 진술을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며 "안보실장과 국무위원은 지시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며 저는 한 번도 이에 어긋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탈북 어민이 아니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1차로 북한 도주에 실패한 뒤 나포된 흉악범죄인들"이라며 "국민 안전을 위해서 이들을 국민 곁에 놓을 수는 없는 일로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해 피격 공무원 고 이대준 씨 형 이래진(오른쪽)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종합민원실에서 고인 사망관련 국방부 조사 요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SI(특별취급정보) 등을 토대로 당시 이씨의 자진 월북을 추정했다는 게 문재인정부 인사들의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국정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주요 내용을 SI 첩보를 통해 파악하고, SI에 '월북'이라는 단어도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 전 실장은 이날 "SI 안에 월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당시 월북 여부는 중요한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국민이 북한에서 참변을 당했다는 첩보의 사실 확인이 우선이었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양금희 수석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이씨에 대한 명예살인을 또다시 확인 사살한 것이며, 그 유족에게는 2차 가해를 넘어 3차 4차 가해한 잔인한 시간"이라며 "스스로 과거에 진실을 왜곡하고 재단하려고 하지 않았나 먼저 물었어야 했고, 유족과 국민께 사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핵심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자회견문을 보면 이씨가 북한 해상에서 발견됐을 때 생명의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고 했는데 참으로 북한에 대한 신뢰가 큰 문재인 정권의 인사다운 변명"이라며 "정부가 북한의 구조를 한가하게 기대하는 가운데, 국민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비극은 여지없이 발생했다. 북한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것에 대한 문재인 정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겠지만, 이를 수습하기 위해 '월북몰이'를 하면서 '명예살인'까지 해서는 안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북어민 북송 사건도 진실은 명확하다.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어민을 어떤 재판 과정도 없이 졸속으로 인권을 유린한 채 강제북송했다는 점"이라며 "페스카마호 선상 살인 사건에는 대한민국 국민도 아닌 선원의 인권까지 운운하며 재판에서 변호까지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작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은 탄압했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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