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내년 7월 발효될 예정인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유럽으로 굴삭기 등 건설장비를 수출하는
현대중공업(009540)의 향후 사업에 불씨가 될 수 있을 지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FTA를 통한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이 생겨 수출 향상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극단적인 분석도 나온다.
8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굴삭기 판매 비중은 현재 중국 50%, 유럽·북미·인도시장을 합쳐 10%, 유럽·북미·인도를 제외한 세계 각국 20%, 국내 20% 등으로 나뉜다.
따라서 유럽 시장은 절대적으로 놓고봐도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 수출에서 3% 남짓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그 비중이 더욱 적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수출 규모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유럽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의 위치가 경쟁기업들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는 얘기다.
애초에 현대중공업은 지난 95년 12월 유럽 최초로 벨기에 생산법인을 설립했지만, 준공 1년여만에 영업부진으로 생산중단에 들어간 쓰라린 경험이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은 이번 EU와의 FTA를 유럽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한-EU FTA를 통해 굴삭기, 변압기 등 건설기계류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만큼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우선 현재 유럽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시장지배력이 약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유럽 건설 기계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내의 다른 기업 관계자는 "유럽 시장의 경우 굴삭기 등의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미 유럽에 진출한 기업들, 특히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상당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럽 내에는 연매출 324억달러 규모의 대형 굴삭기 업체인 미국의 케터필러를 비롯해 히타치, 코마쯔 등 일본 대형 굴삭기 기업들이 일찌감치 포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건설경기가 아직까지 살아날 기미가 없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FTA를 통해 관세가 없어지더라도 건설장비 판매량이 늘어날 지는 미지수"라며 "유럽은 아직까지 경제위기 여파로 건설경기 자체가 죽어 있어, 건설장비 시장도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이 팔고 싶어도 수요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또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은 현지공장이 없어 일일히 굴삭기 등 기계장비를 국내에서 만들어 배로 실어날라야 하는데 유럽 내수가 1년에 800대 정도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유럽까지 싣고 가는 비용이 더 나올지도 몰라, 팔아봐야 되려 손해를 보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건설장비 같은 기계류 수출은 중국 쪽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유럽시장에서 사업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시간을 두고 논의해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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