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유승민 전 의원이 첫 손에 꼽협다. 국민 37.1%가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봤다.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유 전 의원과 함께 3강을 형성했지만, 격차는 컸다. 반면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나 전 의원이 3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아 1위로 올라섰다. 민심은 '유승민', 당심은 '나경원' 양상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1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6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유승민 전 의원(37.1%), 나경원 전 의원(16.2%), 안철수 의원(10.8%), 김기현 의원(6.3%), 조경태 의원(1.1%), 윤상현 의원(0.9%) 순으로 적합하다고 봤다. 다른 인물 7.3%, 없음 16.6%, 잘 모름 3.6%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민의힘은 지난 6일 법원 판결로 '이준석의 늪'에서 가까스로 헤어나면서 당권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이준석 전 대표는 같은 날 소집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징계 처분을 받아 전당대회는 물론 22대 총선 출마도 사실상 가로막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치고 나갔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1위를 지키는 등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확연히 보였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과는 거리가 멀어 당선 가능성에 의문을 낳게 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심과 관련해 안철수 의원을 주목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의원으로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가 필수적이며, 윤 대통령 또한 친정체제를 위해서는 자신의 뜻을 실현해 줄 대리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권성동,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이 2선으로 물러난 가운데 김기현, 윤상현 의원이 이 틈을 파고들 예정이지만 낮은 인지도가 문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의 차출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당대표가 차기 총선을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공천을 의식한 줄서기가 횡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유 전 의원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2030에서는 유일하게 30%대의 지지를 받았고, 4050에서도 40%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세대별 1~3위를 보면, 20대 유승민 34.8% 대 안철수 10.6% 대 나경원 9.6%, 30대 유승민 38.1% 대 나경원 14.6% 대 안철수 10.9%였다. 이어 40대 유승민 41.6% 대 나경원 13.3% 대 안철수 10.3%, 50대 유승민 47.7% 대 나경원 14.7% 대 안철수 10.0%로 조사됐다. 60대 이상의 경우 유승민 28.4% 대 나경원 23.6% 대 안철수 11.6%로, 오차범위 안에서 유 전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앞섰다.
지역별로도 강원·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유 전 의원의 우위가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도 유 전 의원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지역별 1~3위를 보면, 대구·경북(TK) 유승민 34.0% 대 안철수 15.1% 대 나경원 13.2%, 부산·울산·경남(PK) 유승민 28.0% 대 나경원 17.6% 대 김기현 13.0%였다. '배신자' 덫에 빠졌던 유 전 의원으로서는 특히 TK의 변화가 반가웠다. 부산 출신인 안 의원이 PK에서 3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유 전 의원은 호남에서도 50%에 가까운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광주·전라 유승민 49.0% 대 안철수 13.0% 대 김기현 4.7%였다. 수도권에서도 유 전 의원의 선전이 이어졌다. 서울 유승민 41.7% 대 나경원 14.2% 대 안철수 12.5%, 경기·인천 유승민 40.1% 대 나경원 20.5% 대 안철수 6.8%로 나왔다. 대전·충청·세종 역시 유승민 35.6% 대 나경원 18.5% 대 안철수 10.7% 순이었다. 반면 강원·제주의 경우 안철수 24.2% 대 나경원 18.1% 대 유승민 10.6%로, 안 의원이 지역별 중 유일하게 1위로 올라섰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에서도 유 전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중도층 유승민 36.9% 대 안철수 12.1% 대 나경원 11.0%였다. 진보층은 유승민 53.8% 대 나경원 7.1% 대 안철수 6.8%로, 유 전 의원에게 절반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 지지층 역시 유승민 59.7% 대 안철수 6.0% 대 나경원 2.1%로, 진보층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나 전 의원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보수층 나경원 30.4% 대 유승민 20.7% 대 안철수 13.5%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나경원 39.1% 대 안철수 18.3% 대 김기현 13.2%로, 나 전 의원이 1위를 지켰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9.6%에 그쳐, 절대적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50명이며, 응답률은 3.7%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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