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에서 주로 디젤차를 판매해온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전기차 출시로 라인업 다변화에 시동을 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티구안, 골프, 아테온, 제타, 파사트GT, 티록 등을 판매 중인데 제타를 제외하면 모두 디젤차다. 올 초 출시한 8세대 골프, 신형 아테온 모두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폭스바겐 순수 전기 SUV 'ID.4'.(사진=폭스바겐그룹코리아)
폭스바겐이 올해 1~8월 국내에서 판매한 8586대 중 디젤차는 6605대로 76.9%의 비중을 차지한다. 10% 후반대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업계에선 전세계적으로 디젤차가 퇴출되는 상황에서 방향 전환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폭스바겐은 지난달 23일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출시했다. 가솔린 모델인 신형 제타, 골프 GTI, 신형 투아렉 등도 출시할 방침이다. 또 지난 15일에는 전기 SUV 'ID.4'를 선보였다. 폭스바겐코리아는 ID.4를 시작으로 ID. 패밀리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한국 전기차 시장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아우디 역시 올해 1~8월 디젤차 비중이 20.7%로 높은 편이다. 아우디는 그동안 국내에 e-트론, e- 트론 GT, e-트론 스포트백, RS e-트론 GT 등 1억원이 넘는 고가 전기차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지난 19일 6000만원대 Q4 e-트론을 출시하며 전기차 대중화에도 나섰다.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각각 대중화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국내 수입차 3위 싸움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아우디 판매량은 1만264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했다. 점유율은 7.17%에 그쳤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28.7%), BMW(28.56%)와 큰 차이를 보인다. 4위 폭스바겐(8586대, 4.87%), 5위 볼보(8556대, 4.85%)가 바짝 추격하고 있어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아우디 Q4 e-트론과 폭스바겐 ID.4의 판매량이 3위 싸움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장은 ID.4가 가격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ID.4 가격은 5490만원으로 국고보조금 651만원을 지원 받는다.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4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반면 Q4 e-트론의 가격은 5970만원인데다 환경부의 겨울철 주행가능거리 측정 기준에 못 미쳐 보조금까지 못 받게 됐다. Q4 스포트백 e-트론만 국고보조금 289만원을 받는다.
박영준 아우디코리아 마케팅담당 상무는 "현재 재인증 계획은 없다"며 "연식변경 모델이 나올 때나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아우디 Q4 e-트론(사진=아우디)
국내에선 두 회사가 경쟁하지만 아우디 Q4 e-트론과 폭스바겐 ID.4는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기술 플랫폼인 MEB가 탑재됐다.
MEB는 차축부터 동력계, 휠베이스, 무게 배분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에 최적화된 설계로 주행거리와 운동성, 효율성 간에 이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배터리 하우징 및 휠베이스, 윤거를 간단히 재구성할 수 있어 소형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기차 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 유연성 덕분에 전기차 대중화에 나선 폭스바겐그룹의 대표 플랫폼으로 꼽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 타입 외에는 다르지 않아 기술적인 면에서 차이를 찾기 어렵다"며 "폭스바겐이 전체 산하 브랜드별로 최적화시킨 모델을 내놓는다는 것은 가격 경쟁력에서 현대차를 압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전동화에만 520억유로(약 72조3000억원)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50여종에 이르는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그룹의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그룹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전략을 통해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이달 출시한 아우디 Q4 e-트론은 프리미엄 전기차 세그먼트에서, 폭스바겐 ID.4는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 최적의 전기차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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