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초대석)"김건희 여사, 논문 쓰는 틀 자체를 모르는 사람"
'논문 검증단' 우희종 서울대 교수 인터뷰
"국민대, 논문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의심"
"남의 것 훔치면 안 된다는 건 상식적 얘기"
"연구 부정, 학위장사·사학비리적 차원서 접근해야"
"반복되는 유명인 논문 표절, 사학법 바꿔 근절해야"
2022-09-20 06:00:00 2022-09-20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김건희 여사 논문을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일반적인 논문 쓰는 틀 자체를 모르는 사람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석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박사학위를 받으려고 낸 논문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수준이 낮았습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우희종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우 교수가 몸담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는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등 14개 교수·연구자 단체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 단체는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을 결성해 최근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김 여사가 국민대에 제출한 박사 논문은 내용과 문장은 물론 개념과 아이디어 등 모든 면에서 표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국민대가 김 여사 논문에 대해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우 교수는 "김 여사 논문의 경우 단순 연구부정을 뛰어넘은 수준"이라며 "박사 논문의 경우 보통 표절해도 좀 품격 있는 다른 논문에서 내용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쉽게 말하면 훔쳐도 좀 고급스러운 데서 훔치는데, 김 여사 논문은 구멍가게나 애들이 낙서한 것에 불과한 것을 가져와 논문을 쓴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표절…국민대, '문대성 논리'로 김 여사 감싸"
 
국민대는 지난달 1일 김 여사의 논문 4편 중 3편에 대해선 연구부정이 아니고, 나머지 1편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반발해 야당과 학계에서 조사 회의록과 조사 참여 인원 공개를 요구했지만 국민대는 응하지 않고 있다.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표절 의혹을 조사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도 거부한 상태다.
 
우 교수는 "과거 문대성씨가 국민대가 자신의 박사학위를 취소한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며 "재미있는 것은 국민대는 그 당시 문대성씨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사용했던 논리를 그대로 김 여사 논문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대성씨의 논리는 그 당시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들"이라며 "그 논리가 맞지 않다는 판단으로 당시 국민대는 승소했는데 김 여사 건에서는 도리어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았던 논리가 맞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대가 김 여사 논문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했다. 그는 "지도교수나 심사위원들이 보기에 박사학위를 주기에 수준이 낮다는 게 명백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학위를 준 것을 보면 김 여사와 국민대 간 연결고리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여사도 도이치모터스 주식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고 국민대도 같은 주식을 상당히 보유한 사실이 확인됐으니 학교법인과 김 여사 간 연결고리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학위로 신분 세탁하는 한국문화"
 
우 교수는 국내에서 논문 표절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박사학위를 개인을 포장하거나 신분 상승용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국내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김 여사 논문 의혹을 두고 '과거 관행이 그랬다', '예전에는 흔한 일이었다'는 논리도 말이 안 된다"며 "이 논리라면 사법고시 볼 때 옆사람 것 베껴도 점수만 높으면 판·검사, 변호사 시켜주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실하게 연구했는데도 학위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김 여사 같은 사례가 얼마나 허탈한 일인가"라며 "그렇기에 이번 일은 더욱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외국에서 유학할 때는 몰랐는데 국내에 들어와 보니 우리나라의 표절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들은 김 여사 표절 같은 문제를 연구부정이라고 규정할 필요가 없다"며 "남의 것을 훔치면 안 된다는 건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연구부정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선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도 보면 학교 재단에 의해 연구부정에 노출되는 교수들이 많다"며 "재단이 압박하는 가운데 승진이나 평가를 위해 비리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연구부정에 대한 규정은 한국도 이미 잘 정리돼 있다"며 "그렇기에 연구부정은 그 자체에 대한 법, 제도보다는 학위를 파는 사학비리나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모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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