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당대표를 포함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기준을 규정한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 논란이 집안싸움으로 격화된 가운데, 국민들 의견도 반으로 갈렸다. 40.3%는 현행대로 기소시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고 했고, 37.3%는 법원 1심 유죄판결시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며 개정론에 힘을 보탰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9.8%로 크게 우세했다.
26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0.3%는 민주당 당헌 80조에 규정된 당대표 등 당직자의 직무 정지 기준을 "현행대로 기소시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급심(1심) 금고형 이상 유죄판결시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37.3%로 만만치 않았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도 22.4%나 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당헌 80조 개정 여부를 놓고 계파 갈등이 격화됐다. 유력한 당권주자인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강성 지지층이 몰려있는 권리당원 중심으로 개정 청원이 제기됐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안규백)가 이들 의견을 받아들여 '하급심(1심) 금고형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로 개정을 의결하면서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이에 박용진 당대표 후보를 비롯해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각종 의혹에 둘러싸인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문제가 된 당헌 80조 1항은 그대로 두되, 구제절차의 결정권을 기존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옮기는 수정안(당헌 80조 3항)을 제시하면서 절충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24일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당내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 60대 이상에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40대와 50대에서는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20대 '현행대로' 41.6% 대 '개정해야' 29.7%, 30대 '현행대로' 50.4% 대 '개정해야' 37.5%, 60대 이상 '현행대로' 43.1% 대 '개정해야' 26.5%였다. 반면 40대 '현행대로' 31.4% 대 '개정해야' 54.8%, 50대 '현행대로' 36.0% 대 '개정해야' 44.0%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지역별로도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 '현행대로' 45.4% 대 '개정해야' 35.4%를 비롯해 영남에서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대구·경북 '현행대로' 48.9% 대 '개정해야' 28.9%, 부산·울산·경남 '현행대로' 43.9% 대 '개정해야' 33.9%로 조사됐다. 반면 대전·충청·세종 '현행대로' 33.6% 대 '개정해야' 43.7%, 강원·제주 '현행대로' 23.9% 대 '개정해야' 49.4%로, 개정 의견이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다. 민주당 안방인 호남에서는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광주·전라 '현행대로' 30.6% 대 '개정해야' 33.9%로 나왔다. 특히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무려 35.6%를 차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민주당 지역순회 경선에서 호남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35.49%로, 전국 평균 투표율(37.69%)을 밑돌아 호남 민심이 민주당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응답 유보 비율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평가다. 경기·인천도 '현행대로' 40.5% 대 '개정해야' 39.8%로, 호남과 마찬가지로 팽팽했다.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 21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득표율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중도층에서는 '현행대로' 34.4% 대 '개정해야' 38.4%로, 오차범위 내에서 의견이 갈렸다. 보수층 '현행대로' 62.2% 대 '개정해야' 19.2%, 진보층 '현행대로' 23.6% 대 '개정해야' 55.0%로, 진영별로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현행대로' 72.2% 대 '개정해야' 10.9%, 민주당 지지층 '현행대로' 16.9% 대 '개정해야' 59.8%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18명이며, 응답률은 4.0%다.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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