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당원 및 지지자 만남 행사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당직 직무 정지 기준을 놓고 '기소' 대 '1심 유죄판결'로 한바탕 내홍을 치른 가운데 이번에는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놓고 홍역에 빠졌다.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직접 민주주의 구현을 강조하는 친명(친이재명)계와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명(비이재명)계가 팽팽히 맞서며 다시 계파 간 갈등 양상이 빚어졌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당의 최고대의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한다'는 조항을 당헌 3장에 신설하는 내용의 지난 19일 당무위원회 안건을 심의, 의결할 방침이다. 현재 당헌 3장(대의기관) 1절 15조(지위와구성) 1항은 '전국대의원대회는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당의 최고대의기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권리당원 전원투표가 최고대의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
이에 비명계는 개딸 등 일부 강성 당원들의 의사가 과대포장돼 이들의 목소리만 대변하게 될 것이라는 문제 제기에 나섰다. 이번 전당대회 득표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권리당원 표심이 '이재명 천하'로 흐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 후보의 뜻을 받드는 권리당원의 집단행동을 통해 다시 이 후보 뜻을 관철시키는 '이재명의 민주당'(사당화)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당원 및 지지자 만남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의 당대표 경쟁주자 박용진 후보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아닌 '개딸 정당'이 될까봐 무섭다. 이게 (통과)되면 1년 내내 당이 시끄럽고, 또 한쪽(친이재명계)이 독식한 지도부가 여기에 결합하면 강성 목소리와 편협한 주장 때문에 당이 민심과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며 "그간 전당대회가 최고의사결정 단위였는데 앞으로는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상의 국민투표도 국민 과반의 투표 참여와 과반의 찬성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며 “그런데 여기는 30%만 투표에 참여하면 된다. 산술적으로는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장파인 조응천 의원도 전날 YTN '뉴스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최고의사결정이 10%의 권리당원만 발의해서 하면 통과되는 것"이라며 "(논란이 되고 있는)당헌 80조 개정 청원만 하더라도 순식간에 10만명이 넘지 않았느냐. 그러면 지도부와 강성당원들이 교감하면서 수시로 발의하고, 전당원 투표에 들어가면 더 강고한 쪽으로 계속 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당원 및 지지자 만남 행사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후보를 비롯한 김종민·윤영찬·이상민·이원욱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라는 토론회를 열고 이번 당헌 신설 관련해 의견 규합에 나섰다. 토론회에 참석하는 한 비명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헌 신설 논란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도 "이번 토론회는 어느 한쪽 계파 혹은 한쪽의 강성 목소리만 당에 가득한 상황에서 당의 민주주의, 균형과 견제 등을 맞추기 위한 스크럼을 짜는 첫 흐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친명계 의원들은 이번 당헌 신설에 대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제대로 살펴보겠다" 등으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간 친명계는 당원의 참여를 늘리는 직접 민주주의를 꾸준히 주창해왔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모든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며 전당원 투표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강성 친명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가 대표적이다.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는 전날 오후 서울 당원 및 지지자들과의 만남 행사에서 "당도 당원들의 권한과 역할을 키워줘야 재미있어서 당에도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며 "지금 100만명 정도인 권리당원의 규모를 200만명까지 늘리고, 각 지역위원회에서 별도의 당원 대회도 정기적으로 열도록 지원하고 권장하려고 한다. 당원의 당, 국민의 정치를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며 첫 번째가 당원의 지위 강화"라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친명계와 비명계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내용의 당헌 80조 개정을 놓고도 맞붙었다. 비명계는 80조 개정 청원이 사실상 현재 각종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이 후보의 상황을 의식한 '방탄용 개정'이라고 반대하는 반면 친명계는 검찰에 민주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80조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16일 당헌 80조 관련 당직 정지 기준을 '기소'에서 '하급심(1심) 금고 이상 유죄 판결'로 완화 개정키로 결정했으나 비대위는 이를 뒤집어 현행 '기소'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중앙당 윤리심판원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정지할 수 있다'는 당헌 80조 3항의 '구제 주체'를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로 수정하는 절충안을 냈다. 이번 안건은 24일 중앙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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