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골자로 하는 당헌 80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비상대책위원회, 당무위원회 의결을 마쳤다. 중앙위원회만 넘으면 된다. 그러자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중심으로 반발이 극에 달했다. 문자폭탄 재개에 나서는 한편 '당헌 80조 완전삭제'를 요구하며 비대위를 재차 압박했다.
민주당 당무위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당헌 80조를 만장일치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무위원들은 (비대위가 의결한)당헌 80조에 대해 합리적인 절충안이었다고 판단하시는 발언 등이 있었다”며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17일 당헌 80조 1항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당헌 80조 3항에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을 시 당무위가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마련해 친명계와 반명계의 절충을 시도했다. '정치탄압' 등 부당의 이유가 있을 경우, 기존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에서 결정을 달리 할 수 있도록 '구제'의 길을 열었다. 윤리심판원은 외부 인사가 포함돼 당과 일정 수준의 거리를 두는 독립적 기구인 반면 당무위는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중심으로 짜여진 의결기구로 정무적 판단이 가능하다.
비대위는 당헌 80조 1항을 둘러싼 친명계와 반명계의 대립에 수정된 3항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친명계는 숱한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소만으로 당대표 직무가 정지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조항의 수정을 요구해왔다. 반명계는 당헌을 특정인 상황에 맞춰 유불리를 따져 수정한다면 당의 도덕성에도 치명타가 된다며 수정을 반대했다. 이른바 ‘이재명 방탄용’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이에 비대위는 당헌 80조를 유지해 당의 도덕성을 보호하는 한편, 당헌 80조 3항에서 구제책을 마련해 양 측의 주장을 절충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헌 80조 개정안에 대한 최종 의결을 진행할 방침이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와 박용진 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당헌 80조 개정을 주장해온 이 후보의 지지층이 강한 실망에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강성 당원들은 문자폭탄 재개에도 나섰다. 당헌 개정을 반대한 의원들 명단을 작성하고 연락처를 공유하며 압박에 나선 것. 주 공격 대상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의결을 반대했던 간담회 참석 의원 7명이었다. 앞서 전준위는 지난 17일 당헌 80조 1항에서 규정한 당직 정지 기준을 현행 ‘기소 시’에서 ‘하급심(1심) 금고형 이상 유죄판결’로 수정, 의결해 비대위에 보고했다. 하지만 반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결국 전준위 안은 뒤집어졌다.
이 후보 지지층은 이와 함께 비대위가 당헌 80조를 유지하겠다고 의결한 지난 17일 당 청원시스템에 ‘당헌80조 완전삭제를 요청한다’는 글을 게시하며 세력을 과시했다. 청원인은 “이 조항은 안철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혁신안으로 만든 걸로 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이걸 빌미로 민주당 내부의 공격, 언론과 검경의 공격을 받을 수 없다. 정치적 판단을 검찰에 맡길 수는 없다”고 당헌 80조 완전삭제를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19일 오후 4시 기준 4만8009명의 동의를 얻어 5만명 동의를 목전에 뒀다. 청원 3일 만이다.
신 대변인은 당 청원시스템에서 2만명 이상 동의를 받은 4건(대선 해당행위자 처벌, 당헌당규 개정, 윤리위원회 규탄, 당헌 80조 완전삭제)을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당헌 80조 완전삭제의 경우 5만명 이상 동의를 받을 시 당 지도부가 다시 답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원하신 분들이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실 수 있어 죄송하다”면서도 “한쪽의 의견만 반영할 수 없었던 지도부의 판단을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목적으로 부당한 기소를 당한 것에 대해선 바로 구제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었으니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기소를 했다고 바로 징계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설득했다.
한편 이 후보는 앞서 지난 17일 박용진 후보와의 당대표 경선 TV토론회에서 "지도부에서 나름의 결정을 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용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의 입장 표명에도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이어졌다. 박 후보는 이날 이 후보에게 '민주당 바로세우기 공동선언'을 제안하며, 그중 하나로 "특정인을 위해 당의 중지와 총의를 모은 비대위 의결조차 무력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존중하는 지도자가 되자"고 말했다.
민주당 청원시스템에는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주장하는 글이 3일만인 19일 지도부 답변 기준인 5만명 충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진=민주당 청원시스템 캡쳐)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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