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공부문의 강도 높은 개혁과 체질 개선을 주문하는 등 국유재산 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매각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잘 활용하지 않는 국유재산을 매각하겠다’는 게 정부의 논리이나 관련 기준도 모호할 뿐 아니라 알짜 재산을 파는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유재산 매각이 관료나 재벌 등 특정 계층에 헐값으로 넘어갈 우려도 제기하는 등 자산 증식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국유재산 중 토지·건물 규모는 총 701조원에 달한다. 이 중 행정재산은 660조원으로 전체 94%, 일반재산은 41조원으로 6%를 차지한다. 국유재산은 청사, 관사, 도로, 하천 등 공공용으로 사용되는 행정재산과, 이외 일반재산으로 나뉜다.
정부는 지난 11일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 발표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16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로 팔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가가 보유할 필요성이 낮은' 일반재산의 경우 당장 이달부터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행정재산에 대해서도 활용실태 전수조사를 통해 유휴 재산의 발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유재산 매각은 갑자기 윤 정부 들어 추진된 사안은 아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2017년 2조4000억원 △2018년 2조원 △2019년 2조원 △2020년 2조1000억원 △2021년 1조7000억원 등 국유재산 매각에 따라 연간 2조원 안팎의 재정수입을 챙겼다. 다만 윤 정부의 경우 추산대로라면 연간 약 3조원 수준으로 문 정부 대비 1억원 정도 많은 매각 실적이 예상된다.
문제는 민간에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국유재산 9곳 중 6곳이 서울 강남 노른자위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민간에 매각을 추진하는 재산이 감정가격으로 약 2000억원에 이르며 경기 성남시 수진동 상가, 경기 시흥시 정왕동 상가 등만 소개했을 뿐이다. 소위 노른자인 강남 물건들은 보도자료에 정확히 표기하지 않았다.
통상 보도자료에는 부동산 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이 대표적으로 2~3건 언급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가 알짜 재산을 매각한다는 논란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강남 물건을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강남 소재 6곳의 국유재산이 물납(조세를 물품으로 납부) 부동산인 노후 주택 3곳, 소규모 유휴지 2곳, 노후 관사 1곳이라고 해명했다. 국유지를 캠코가 자체 자금으로 개발한 후 임대를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재산으로 정부가 더 이상 소유할 필요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시에 (강남 국유재산)을 넣지 않았다고 하는데,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을 할 것을 어떻게 숨기겠느냐. 부동산투자회에서 1000억원 짜리 건물(나라키움 신사빌딩)을 사는게 소수 특권층 배불리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정한 절차에 따라 매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물납 부동산이라 정부가 더 이상 소유할 필요성이 낮고 절차대로 매각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기재부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물납 부동산이라 해도 정부가 여태껏 소유해온 물건이고 입지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나라키움 신사빌딩'을 비롯한 6곳의 강남 국유재산들은 교통과 인프라가 매우 뛰어나 미래가치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시각에 따라서는 정부가 정의한 '국가가 보유할 필요성이 낮은'이라는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라키움 신사 빌딩은 강남 한복판, 압구정역과 신사역 사이 대로변에 있는 말 그대로 '알짜배기' 그 자체"라며 "이번에 매각 대상으로 선정된 국유재산은 그 입지와 건물 활용도면에서 당장 매각하는 것보다 보유하면서 얻는 미래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유재산 매각이 소수층의 배불리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유재산 매각은 '온비드'를 통한 공개경쟁입찰이 원칙으로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경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애기다. 헐값에 매각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아울러 '국유재산법'에 따라 수의매각을 하는 경우 공정한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가격을 책정해 매각한다고도 부연했다.
문제는 강남권과 같은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로소득의 기회가 발생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정보업계 관계자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원칙대로 매각을 진행하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 논리인데 여기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바로 입찰과정과 감정가대로 진행하는 시스템이 그리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이라며 "이는 막대한 자본을 갖고 투기 목적으로 접근하는 세력을 막을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강남권 부동산은 프리미엄이 사실상 보장된 알짜 자산이다. 예컨대 건설사들이 규격화된 분양가에 강남을 분양을 해도 왜 천문학적인 웃돈이 붙겠나"라며 "정부의 해명은 법령상 문제가 되지 않을진 몰라도, 실제 매각 추진 과정에서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너무 많다. 국유재산 매각을 단순한 수급 논리로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유재산 매각 과정에서의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세간의 우려처럼 국유재산 매각을 통한 특정 세력의 배불리기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석유공사는 부채 축소를 명목으로 사옥을 매각했다. 석유공사는 매각된 사옥을 재임대했다. 당시 사옥을 매입한 곳은 현 기재부 출신들이 주축이었던 코람코자산신탁(코람코)로 드러났다.
때문에 국유자산 매각에 앞서 옥석 가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데 있어 획일적 기준을 세우기보다는 재산의 가치를 정확히 판별해 효율적으로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알짜 자산을 헐값에 판매하는 것은 거둬들이는 이득보다 결과적으로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부문의 강도 높은 개혁과 체질 개선을 주문하며 국유재산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뚜렷한 매각 명분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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