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케리 마허 전 영산대 교수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한국에 정착한 후 14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 팬으로 이름을 알렸던 부산 사직구장의 '마스코트' 케리 마허 전 영산대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16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투병했던 마허 교수는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폐렴으로 양쪽 폐가 손상되는 등 합병증을 앓았다.
이에 마허 교수는 부산 동아대병원 코로나 집중 치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송된지 10일 만에 눈을 감았다. 향년 68세.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아들이기도 마허 교수는 2008년 울산의 한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로 부임했다. 그는 학생들과 부산 사직구장에 갔다가 야구의 매력에 빠져 롯데의 열성 팬이 됐다. 2011년 영산대 교수로 부임했을 당시에도 그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홈경기를 '직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그는 14년이 넘는 세월동안 롯데 홈 경기를 찾았고, 암투병 중에도 롯데 경기를 챙겨 보며 '팬심'을 드러냈다. 마허 교수가 가장 좋아하던 선수는 전 롯데 출신 최준석 선수로 알려졌다.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2019년 영산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적당한 새 직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은 마허 교수는 비자가 만료돼 한국을 떠날 처지에 놓였다.
이에 사연을 들은 롯데 구단 측은 그를 외국인 선수와 코치들의 생활을 돕는 매니저로 채용해 인연을 이어갔다.
마허 교수는 지난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유일한 낙은 롯데 자이언츠다. 포스트시즌에 가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열의를 드러냈지만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롯데 구단에 따르면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앞서 마허 교수에 대한 추모 영상을 전광판에 띄우기로 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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