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에 문제가 있는데 반품은 왜 고객이 직접 매장을 찾아가서 해야 하나요?”
최근에 만난 한 소비자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과문을 읽어보고 이같이 말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여름 한정판 증정품 서머 캐리백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작 사과문에는 리콜에 대한 설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사과문에 따르면 발암물질 검출 경위와 보상안에 대해서는 설명을 했지만 제품 반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직접 스타벅스 매장에 반납할 경우 무료 음료 쿠폰 3장으로 제공하다는 내용만 적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는 서머 캐리백을 자발적 리콜한다고 밝혔다. 사과문을 발표한 지 14일 만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오는 10월 11일까지 두 달 동안 캐리백에 대한 자발적 회수 절차를 진행한다. 택배를 통한 무상 회수도 병행한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자발적 리콜을 한다고 밝혔지만 이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사과문에 리콜 내용이 담겼어야했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결국 이번 조치 역시 뒷북 대응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소비자 단체인 서울YMCA 역시 성명서를 내고 스타벅스 사과문에 리콜 계획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돼 회수 대상인 캐리백의 개수는 사은품으로 제공된 106만2910개 및 계열사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된 1만6200개 등 총 107만9110개다. 하지만 현재까지 회수된 물량은 약 36%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물량이 여전히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뒷북 대응도 문제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는 신세계그룹도 문제다. 신세계그룹 전략실은 최근 스타벅스의 경영진단을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사과문이 나온 날 신세계그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짧은 메시지만 냈다. 최근 메시지에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과문 발표 당시보다 메시지가 진전이 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없었다.
지난해 여름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에 오르며 축포를 터뜨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를 향한 시선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를 향한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사과문을 통해 “이대 1호점 개점 당시 초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지난 23년 동안 성장이라는 화려함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절박한 위기 의식으로 뒤 돌아보고자한다”고 밝혔다. 이 말이 단순 ‘사과문’에 그치지 않길 희망한다.
유승호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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