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물적분할 이유로 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다. 분할되는 사업부가 주력사업(파운드리)이 아닌 만큼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DB하이텍의 물적분할이 DB그룹 지주사 전환에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DB그룹이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 물적분할 이슈로 DB하이텍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DB그룹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을 통보받았다. 반도체 호황으로 DB하이텍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 50%를 넘어 지주회사 전환 요건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의무에 따라 DB하이텍은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을 50% 미만으로 하거나, 자회사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그러나 DB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DB하이텍의 지분은 12.42%에 불과하다. 지분 30%를 확보하기 위해선 5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필요했다.
소액주주들이 대주주가 물적분할 이슈를 통해 DB하이텍의 주가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주주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결국, DB그룹 입장에선 지주사 전환 어떻게든 막거나, 지분을 추가확보 해야 하는데 가장 간단한 방법이 DB하이텍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DB하이텍 주주들이 이처럼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선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 부문 회사를 분사해 ‘쪼개기 상장’을 한 기업들은 존속법인의 주가는 대부분 하락해 왔다. 물적분할로 주가가 급락했던
LG화학(051910)이 대표적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지배주주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다. 물적분할은 기업 분할 시 모회사가 신설법인 주식 100%를 보유해 상장 후에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당장 자회사가 상장하지 않더라도 투자유치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유리하다. 그러나,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모회사 주식가치가 하락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해외기업들의 경우 ‘지주사 디스카운트’로 인한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애플과 알파벳(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들 대부분은 상장사를 오직 하나만 유지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제조사 다임러는 다임러트럭을 물적분할하면서 기존주주에게 신설법인 주식의 65%를 배정하기도 했다.
기존주주들을 무시하고 최대주주만 배불리는 ‘쪼개기 상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 소액주주 권리 강화에 힘써야 할 때다.
박준형 증권부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