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우선수사권 폐지를 두고 법무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이견이 재차 확인되면서 향후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수처의 수사 우선권을 명시한 공수처법 24조 1항과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여 차장은 "기존 수사 기관들이 불공정한 수사를 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공수처가 언제라도 이첩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면, 기존 수사기관들이 수사하면서 굉장히 조심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24조 1항은 충분히 존재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법 24조 1항에 따르면 검찰·경찰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경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앞서 지난 5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임기 중 이첩 요청권 행사의 기준·절차·방법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견제·통제 수단을 마련해 시행하면 '자의적이다, 불합리하다'는 논란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처장의 권한을 내려놓고 스스로 견제받는 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 차장의 발언이 선제적으로 개선 의사를 보였던 김 처장의 발언과 다른 의미로 읽힌다는 지적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김 차장과 여 처장의 발언은 다른 의미가 아니다"라며 "'사건 이첩 요청에 있어 타 기관 간의 협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행사하겠다'와 '우선수사권 폐지 반대'라는 공수처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공수처법 24조 1항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도 '우선적 수사권'을 폐지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수처의 자의적인 사건 이첩 결정에 따라 수사 지연·부실 수사 등 책임 있는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부패 범죄 대응이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공수처법 24조 1항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는 "폐지 추진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안 나왔다. 국회 입법 사안이기 때문에 '입법 지원을 한다' 정도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고려했을 때 우선 수사권 폐지는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선 수사권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가 존재하는 한 공수처 수사 범위에 대해서 공수처에 우선수사권을 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우선수사권을 폐지한다면 공수처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공수처가 제대로 된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며 "우선수사권을 갖고 수사를 해 성과를 내 공수처의 수사 역량 문제를 잠재워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폐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공수처가 상위기관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이첩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등장한 기관인데 특정 수사 사안을 독점해버리면 상호 견제의 취지도 훼손된다"고 덧붙였다.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에 대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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