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윤석열 대통령 경제정책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의원의 독주체제가 견고하다. 관건은 최종 득표율로, 얼마나 압도적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이 의원의 당 장악력이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차기 당대표가 22대 총선 공천권을 쥔다는 점에서 간발의 격차는 비명계의 반발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전당대회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분당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당대표 3명, 최고위원 8명 등 본선에 오를 후보를 추려낸다. 현재 당대표 후보는 이 의원을 포함해 8명, 최고위원은 17명이 출마한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대표 후보군 중에서는 이 의원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으로 절대 우위에 선 가운데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여타 주자들이 다투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박용진, 박주민 의원이 이 의원을 추격 중이지만, 당내 기반 등을 감안하면 김민식·강병원·강훈식 의원의 선전도 점쳐진다. 당대표의 경우 중앙위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본선 후보를 결정한다.
여타 주자들 간 단일화마저 불분명해, 일단 예선에서는 이 의원의 압도적 우위가 확실해 보인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당 주류였던 친문계가 이 의원의 대항마에 지지를 몰아줄 것이 유력하지만 구심점을 잃은 상황에서 단결이 얼마나 잘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한 친문계 의원은 25일 "친문도 분화됐다"며 "지금은 친명계가 주류로 올라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문은 전해철, 홍영표 의원이 모두 중도 포기하며 이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때문에 친문계도 '어대명'을 인정한다. 다만 최종 포인트는 이 의원의 득표율이다.
앞서 2012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5년 당권에 도전, 당대표에 올랐지만 분당 사태를 막지 못하며 리더십에 상처만 낸 전례가 있다. 당시 당대표 선거 결과는 ‘민심은 문재인’, ‘당심은 박지원’으로 쪼개졌다.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 열린 전당대회에서 총 득표율 45.3%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41.78%)을 간발의 차로 제쳤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58.05%를 얻어 박 의원(29.45%)을 압도적으로 눌렀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39.98% 대 45.76%로 뒤졌다. 일반당원 여론조사와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간발의 차로 문 전 대통령이 이기면서 당대표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충격과 함께 ‘문재인 대세론이 무색한 신승’이라는 평가가 속속 나왔다. 박 전 원장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심을 얻지 못한 당대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도 팽배해졌다. 아슬아슬한 격차는 결국 분당 사태로 이어졌다. 박 전 원장은 이듬해인 2016년 1월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의원이 있는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같은 해 4월 20대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하며 민주당을 위협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대표로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는 등 계속해서 반문의 길을 걸었다. 그의 계속된 비판에 '문모닝'이란 말까지 회자됐다.
총선을 앞두고 펼쳐진 전당대회와 격전, 그리고 분당으로 이어진 당의 아픈 선례는 이 의원에게도 큰 부담이다. 오히려 2015년 전당대회 당시보다 당내 반명 기류가 강한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 의원에게는 압도적 표차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당내 리더십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당심과 민심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며 “민심에서는 이 의원이 대선후보였던 만큼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8·28전당대회에서 민심·당심 과반 확보가 예견된 수순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2일 공개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경선시행세칙’ 제6조 1항에 따르면 민주당은 8·28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을 대상으로 당대표 선거를 진행할 방침이다. 당대표 선거의 경우 대외 인지도와 당내 조직력의 싸움인데 당내 지지층이 확고하고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이 의원에게 전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어대명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이제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떠앉을 고민에 차 있다”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이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결과를 8월 중순에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8·28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치개입 프레임이 강화돼 당심은 더욱 뭉칠 가능성이 있다”며 “민심도 굳이 이 시기에 발표하는 데 의구심을 표하는 방향으로 가면 어대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이 의원은 42.7%로 2위인 박용진 의원(14%)을 28.7%포인트의 큰 격차로 따돌렸다. 97세대 주자(강병원1.4%·강훈식1.7%·박용진14%·박주민4.7%) 4인방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21.8%로 이 의원과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이 의원의 지지율은 74.0%로 압도적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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