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이자 윤석열 정부의 첫 대법관 후보 윤곽이 드러났다. 추천된 3명 모두 정통법관 출신 남성들로, 파격보다는 잡음을 줄일 수 있는 무난한 인물들이라는 평가다. 후보군이 드러나기 전만 해도 일각에서는 대법관 제청을 두고 전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과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간 신경전이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18일 법조계 관계자들은 새 대법관 임명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왼쪽부터)이균용 대전고법원장, 오석준 제주지법원장,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진=각 법원)
지난 14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는 이균용 대전고법원장, 오석준 제주지법원장,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경남 함안 출신 이 대전고법원장은 59세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판사로 임용된 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등을 거쳤다.
경기 파주 출생인 오 제주지법원장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59세 남성이다. 1990년부터 판사 업무를 시작했고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와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공보관도 두 차례 담당했다. 오 법원장은 윤 대통령과 대학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부장판사는 대전 출생으로 올해 52세다.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부터 판사로 일했으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수석재판연구관을 거쳤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출신에 50대 남성, 정통법관이다. 여성이거나 진보성향이 두드러지기보다는 무난하고 안정된 ‘서오남’이라는 특징을 띤다.
그간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첫 대법관 임명을 두고, 지난 진보정권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과 윤 대통령간 이견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전 정부에서 김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은 대체로 진보성향에 가까웠다. 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김상환·오경미 대법관도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이 보수성향의 대법관을 원할 경우 양 측의 '물밑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더군다나 능력 위주의 인사라며 검사 출신을 고집하는 등 자신만의 인사 스타일이 확실한 윤 대통령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돌았다.
그러나 추천위가 추천한 3명은 정치성향이 편중돼 있거나 튀지 않는 인물들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김 대법원장이 추천된 3명 중 누구를 제청하더라도, 임명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변호사는 “진보적이고 파격적이기보다는 대체로 무난하고 특별한 논란거리가 없을 것”이라며 “임명이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도 “이번에 추천된 후보 3명 다 법원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분들이고 정치적 성향이 특별히 한 쪽으로 강하지도 않은 편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분이 제청되더라도 임명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추천위가 법관만으로 후보를 추리면서, 대법원의 다양성 제고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례를 중요하게 여기는 법관들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할 경우, 사고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추천위가 법관 이외 법조인들도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대법원장은 추천받은 후보자들 3명이 다룬 주요 판결과 업무 내역 등을 공개하고, 법원 내외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의견 수렴 기간은 오는 21일까지다. 이후에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1명을 제청하면, 윤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사진=대법원)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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