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하락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 성과가 나면 굉장히 높이 고공 행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한다.
또 "대통령께서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국민 감성보다는 법과 원칙을 앞세우다 보니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결국 진심이 구석구석 전달되고 각종 정책이 어느 정도 익어 가면 지지율이 곧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100% 완벽한 인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문제될 것 없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사실, 이런 반응은 굉장히 나쁜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계속해서 하락 국면이라는 것은 거의 공지의 사실이었는데도, 이 장관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많다보니 대통령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희망회로'를 돌리며 문제를 더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인사들이 쏟아내는 '윤비어천가'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독이 될 게 뻔하다.
일반적으로 취임 한 달도 안 된 대통령에 대해 지속적인 부정평가가 등장하고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면 이것은 상당히 심각하게 상황을 인식해야한다는 시그널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이나 그 주변인들의 반응은 일반 상식과는 정반대였고, 대통령 역시 '상관하지 않겠다, 연연하지 않는다, 국민만 보고 간다'는 식의 답변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0.73% 차이로 신승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반응마저 있었고, 최근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 하에서 잘못된 경제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권 원내대표의 답변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은 입만 열면 전 정권 탓을 해댔고 여당 의원들도 마찬가지 주장을 해왔는데, 정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현 정권이 조금만 잘해도 상대적으로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높아져야 한다.
성일종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 논란’에 대해서 ‘이거야말로 윤석열 다움’이라고 말했고, 김건희 여사의 팬 카페 회장이라는 강신업 변호사는 대통령을 영웅이라 칭하며 낯부끄러운 칭찬을 쏟아내기 바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최근에는 대통령의 국정평가에 대한 긍정 반응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다음 주에는 20%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정적 평가를 한 사람들의 꼽은 우선적 요인은 ‘독단적이고 일방적’이라는 점이었고, 2위는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인사 실패 △공약 미이행 △정책비전 부족 △통합·협치 노력 미흡 등도 부정 평가의 요인으로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통령실이나 대통령 주변인들은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거나, 대통령 눈치만 살피며 아첨해서는 안된다. 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를 타개할 정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 여권이나 정부 인사들이 그런 식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는 없다. 대통령을 둘러싼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거나 솔직한 원인분석을 하지 않고 대통령의 '심기보좌'만 해서는 희망이 없다.
안데르센 동화 중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것이 있다. 허영심에 사로잡혀 새 옷을 만들어 입는데 집착하던 한 임금이 주변에 아첨하는 무리들에 둘러싸여 엉뚱한 소리만 듣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만을 최고로 생각하다 망신당하는 내용이다. 교만과 어리석음에 빠진 임금은 "훌륭하고 정직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천으로 왕의 옷을 만들테니 큰 돈을 내라"는 간사한 재단사의 꼬임에 빠져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지만, 아무것도 입지 않은 왕을 보고도 신하와 백성 중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 "임금님이 멋진 옷을 입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 어리석은 임금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결국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한 어린이의 입을 통해 벌거벗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재미있다고 웃어 넘기고 끝내기에는 그 임금도 그 백성도 딱하기 짝이 없다.
간언과 참언의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누가 간신인지 알아야 하고, 누가 달콤하고 귀에 착 달라붙는 교언영색으로 자신을 망치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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