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마저 냉엄한 정치현실 앞에 무릎을 꿇게 됐다. '버림받은 청년정치'라는 지적 속에 갖은 충돌로 고립무원을 자초했다는 정반대의 해석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8일 이 대표의 성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해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사상 초유의 당대표 당원권 정지라는 불명예를 쓰게 된 이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 권한으로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며 "당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대표는 청년정치의 상징이었다. 지난 2011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뒤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논리적이고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며 인지로를 쌓았다. 비록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차례 낙선했지만,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203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나경원 전 의원을 꺾고 불과 36세의 나이에 당대표에 당선됐다. 사상 첫 0선의 30대 당대표 탄생이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60대 이상의 전통적 지지에 2030세대의 지지를 결합해 민주당 지지 성향의 4050세대를 포위하자는 이른바 '세대포위론'을 대전략으로 내세웠다. 성별 갈라치기 끝에 2030 여성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이탈하며 삐걱댔지만, 결국 당대표로서 진두지휘한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화합을 중요시하는 기성정치 문법과 달리 당내 인사들과 갖은 충돌을 일으키며 고립무원을 자초하기도 했다. 특히 대선과정에서부터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과 갈등을 이어오며 다수를 적으로 돌렸다. 특히 이 대표의 거칠고 직설적인 말투는 상대로부터 자신에 대한 적대감만 키운 꼴이 됐다.
윤리위 징계 처분에도 당대표 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 전환을 서두르면서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 내몰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징계를 인정할 경우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이에 불복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 대표가 징계 문제를 법적으로까지 끌고 가려고 하는데 제대로 된 결정이 아니다. 징계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현 전 위원장도 당대표 도전이 좌절되며 정치적 행보가 막힌 상황이다. 지난 2일 "민주당을 다시 국민을 위한 정당,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으로 만들고자 당대표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선언했지만, 당원 가입 6개월이 지나야 당대표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 조항에 가로막혔다. 그의 예외 요청에도 비상대책위원회에 이어 최종 권한을 가진 당무위원회가 최종 불허를 결정했다. 박 전 위원장은 2월부터 당비를 납입해,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17일까지 권리당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후보 등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불허 의지가 확고한 만큼 바뀔 여지가 없어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대선과정에서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으로 민주당에 영입됐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으로 대선에서 여성 표심을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등 이른바 젠더 갈라치기에 집중하면서 대선 막판 여성 표심이 대거 이동했다. 대선 이후에는 민주당의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발탁되며 중앙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하지만 지방선거 목전에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을 꺼내들며 당내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새정부 출범 직후 열렸던 지방선거에서 자중지란하며 완패했다. 화합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당내 분란을 일으켜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박 전 위원장에게 쏟아졌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86용퇴론을 꺼내들었지만, 이는 기존 정치 문법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교수는 "이 대표의 경우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며 "박 전 위원장도 지금처럼 너무 강성 행보를 하면 할수록 자기 이미지가 깎이게 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도 "두 사람 모두 정치적으로 다시 일어설 여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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