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2일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내달 7일에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심의 결과를 의결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리위가 이 대표 최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칼 끝은 이 대표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22일 밤 11시50분쯤 윤리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당원, 현 당대표는 제4차 윤리위를 7월7일에 개최해 소명을 듣기로 결정했다"며 "소명 청취 후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징계를 할지 말지, 수위 등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윤리위는 이와 함께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김 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김 실장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보한 장모씨에게 7억원 투자각서를 써주며 관련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리위는 김 실장이 일반인과 금전적 거래를 통한 의혹 무마로 당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 '품위유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는 "소명을 다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예단을 경계했다. 김 실장의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개시를 했으니 소명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실장에 대해 "의혹이 좀 덜 풀렸다. 오늘 오신 건 협조하는 차원에서 오신 것이다.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해 징계 개시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22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최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김 실장이 받게 될 징계는 국민의힘 당규 윤리위 규정 21조에 따라 제명·탈당권유·당원권 정지·경고 4가지다. 제일 높은 수위의 '제명'은 위원회 의결 후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탈당 권유'는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별도 의결 절차 없이 곧바로 제명 처분된다. '당원권 정지'는 최소 1개월~최장 3년간 자격이 정지된다.
김 실장의 징계 수위에 따라 이 대표의 징계 여부 또한 달라질 전망이다. 김 실장에 대한 징계가 '당원권 정지' 이상이 나올 경우 이 대표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처벌 수위가 가장 낮은 '경고'나 무혐의가 나오게 되면 이 대표에 대한 처벌 가능성은 낮아진다.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가 김 실장의 징계를 확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표에 대한 징계에 수순에도 사실상 돌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며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조수진, 배현진 최고위원은 그간 사사건건 이 대표와 충돌하며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같은 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리위 결정을 두고 "이 대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무언의)경고"라고 해석했다. 그는 "종범이 징계를 받으면 주범은 좀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윤리위가)이 대표에게 고문을 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결단을 하라는 암시"라고 말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김철근 실장은 조금 센 징계도 예상된다. (이 대표 대신)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가 있는 내년 6월이면 모를까 지금은 (당권을 두고)누가 될지 복잡한 셈법이 작동할 수 있다. 어쨌든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내부의 방침이나 생각을 정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윤리위 과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며 "참고인으로 김철근을 불러다가 소명해 봐라고 했다가, 너는 나쁜 놈인 것 같아 너 징계할래 이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표가 성상납을 받았는지에 대한 사법당국의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 인멸을 하고 교사를 했다'라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당대표를 징계하겠다는 게 정치적으로 합당한 거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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