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에 항의한 '맞불집회'가 4일째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계속된다면 시위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이 나오면서 인근 주민들의 피로가 당분간 가중될 전망이다.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측은 17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보수단체의 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인근 시위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서울의소리> 소속 정경곤(42)씨는 "현재 문 전 대통령 사저에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욕설과 협박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저지해 달라는 의미로 맞대응 집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양산 시위에 대한 옹호 발언 사과를 요구하고 국민통합을 위한 의미"라고 덧붙였다.
같은시각 <서울의소리> 측 바로 옆에도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렸지만 충돌은 없었다. 이들은 <서울의소리> 측의 소음을 저지하고 주민피해 확산을 막기위한 목적의 집회라고 주장했다. 또 시위를 그만둘 경우 함께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 소속 장철호(55)씨는 "주거 지역 근처가 집회 장소가 되면 동네분들의 원성이 있을 수 있으니 단지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자리 선점성 집회"라며 "<서울의소리> 쪽에서 7월7일까지 하겠다 했는데 그렇다면 그때까지 이 지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선 집회측과 지나가는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중 팻말을 뺏으려고 하기도 하고, 욕설을 주고받는 상황도 있었다. 아파트 담장에도 주민들이 ‘집회 소음으로 아기가 잠을 못자고 울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불편을 호소했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담장에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현장 근처 시민들은 잇단 시위에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 서초동 주민 신모씨(55)는 "맨날 운동하며 지나가는 코스인데 집회가 열리니까 보기에 너무 안좋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주변 이웃들도 난리라고 싫다고 입을 모은다"고 비판했다.
원만한 합의가 조속히 되기를 바라는 시민도 없지 않다. 서초동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여성 노모씨는 "소음에 불편하다"면서도 "사람마다 각자 생각이 다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맞불시위는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자택 앞 집회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격화됐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지난 16일 “우리가 이런 시위를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며 “18일 양산 시위 상황을 보고 보수단체가 그만한다면 우리도 멈출 것”이라고 했다.
현재 문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양산 평산마을 사저 앞도 확성기 욕설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금도를 넘는 욕설과 불법시위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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