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지방선거는 6월1일 본 선거일 투표까지 마무리되면 끝이 난다. 제 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선거 하나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선 이후 종지부를 찍지 못했던 대선 승부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고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대선 이후 신구 세력 갈등은 끊이질 않았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법안에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 논란에 이르기까지 충돌은 연일 계속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고공행진과 비교하면 겸손한 국정 수행 지지율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낮은 대통령 지지율로는 국정 개혁 동력을 견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방선거 결과가 향후 정치판을 좌우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연장전 성격이 뚜렷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상임위원장 사이의 2차전이다. 대통령은 새 정부 내각 인선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선거 구도로 볼 때 정권 견제보다 국정 안정 쪽에 힘이 실려 있지만 논란과 의혹을 빚었던 새 정부 1기 내각 인선 내용은 유권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가까스로 인준을 받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임명되기 전부터 민주당의 집중 견제를 받아왔다. 따지고 보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내각 인선에 대한 평가를 받는 자리이고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평가를 받는 선거다.
남은 시간동안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는 투표율이다. 27일과 28일 양일 간 실시된 사전 투표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전국 사전 투표율은 20.6%로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보다 낮지만 4년 전 지방선거보다는 조금이지만 더 올라갔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이유는 투표에 대한 편리함과 정치적 기선 제압 성격이 있다. 무엇보다 40대, 화이트칼라층 등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이 사전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속성이 있겠고 지난 대선 때와 달리 사전 투표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앤 국민의힘 지지층의 적극적 참여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 중에서도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세대별 투표율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총 투표율이 높았기 때문에 2030 MZ세대 표심이 강하게 작동되었다. 그렇지만 지방선거는 대선보다 10%포인트 이상 투표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전체 투표율보다는 세대별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주는 영향이 더 크다. 전통적으로 40대는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하고 60대 이상은 보수 성향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40대와 60대 이상이 세대별로 다른 이념 성향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맞상대가 된다면 중간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게 되는 세대는 50대다. 10살 단위로 구분할 때 유권자수가 가장 많고 진보와 보수 이념으로 나누어지는 분수령 세대가 50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 않는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다 적극적인 투표 의지가 있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은 연령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과 각 정당은 50대의 표심을 얼마나 사로잡았을까.
지역에 따라서 팽팽한 접전 박빙 판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50대 만큼이나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유권자층은 바로 '여성 표심'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막판에 손에 땀을 쥐도록 대접전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이 여성 유권자였다. '이대남', '삼대남'으로 남녀 갈라치기가 자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여성 표심이 대항마로 등장하면서 대선의 마지막 판세는 요동쳤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강조한 '여성가족부 폐지' 의견과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586 용퇴' 발언이 지지층과 여성 유권자층에 어떤 영향을 던져줄지 주목된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나 되는 여성 유권자가 어떤 정치 세력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는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어느새 시나브로 지방선거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 8회 동시 지방 선거는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참패를 설욕하고 압승을 거두어야 하는 목표가 앞에 놓여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동력으로 정국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선거 구도와 정당 지지율 등 객관적인 지표가 나쁜 상태에서 어떻게 하든 재기 가능한 수준의 성적표를 거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 계양을 선거는 대선 연장전과 2차전이 갈무리되는 핵심 지역이다. 종합하면 전체 지방선거 결과는 경기도와 인천 계양을에 달려있다. 그리고 경기도와 인천 계양을은 50대와 여성 표심에 좌우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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