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현대바이오(048410)가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범용 항바이러스제 ‘CP-COV03’을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사용할 것이란 발표에 주가가 요동을 쳤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이 세계 최초의 원숭이두창 치료제가 될 것이라며 홍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회사의 발표 내용만 믿고 주식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섰지만, 이내 주가가 급락하자 손실 위기에 처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 부양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바이오 주가는 장중 10% 넘게 치솟았다. 현대바이오가 “CP-COV03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원숭이 두창 치료제로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신청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러나 현대바이오 발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주가는 이내 급락세로 돌아섰고, 결국 1.69% 소폭 상승한 채 마감했다.
현대바이오 24일 주가 추이.(그래프=한국거래소)
앞서 현대바이오는 자사의 범용 항바이러스제 약물을 미국 FDA에 ‘원숭이 두창 치료제’로 사용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대바이오 오상기 대표는 “CP-COV03은 모든 바이러스 제거가 가능한 메커니즘인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성분으로 한 범용 항바이러스제”라며 “FDA의 패스트 트랙으로 CP-COV03이 원숭이 두창 치료제가 되면 20세기 대표적 범용 항생제인 페니실린처럼 혁신적인 항바이러스제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바이오의 CP-COV03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던 약품이다. 지난해 2월 치료제 개발 소식과 함께 주가도 급등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2만5000원선에서 거래되던 현대바이오 주식은 2월 6만63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움직임에 백신·치료제 개발을 중단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나타나기 시작했고, 현대바이오 주가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숭이 두창 백신·치료제 개발의 수익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개발된 천연두 백신으로 원숭이 두창을 85% 예방할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처럼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낮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등도 원숭이 두창의 전 세계적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료 배포 직후 현대바이오의 거래량은 폭발했다. 지난주 62만9401주 수준이던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24일 278만1734주까지 오르며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날 현대바이오 주식을 사들인 것은 개인투자자였다. 이날 하루 개인은 현대바이오주식 270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09억원, 271억원을 순매도했다.
관련 자료가 배포된 이후 수급이 크게 몰렸고, 주가 움직임도 컸던 만큼 최대주주나 임원 등의 재산상 이익으로 연결될 경우 내부거래 위반에 해당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상품의 매매 및 시세변동을 목적으로 보도자료의 배포가 있고, 이를 통해 내부자들이 수익을 얻었다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그간 CP-COV03을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한다고 밝혀왔고 이를 위해선 최대한 적응증을 늘려야 한다”며 “이번에 적응증을 늘릴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신청한 것이지, 주가 부양에 편승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적응증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원숭이 두창 치료제 사용승인의 경우 로펌을 통해 FDA에 자료를 보내고 있는 중으로, 승인이 나면 애니멀 룰(동물실험갈음규정)을 통해 바로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바이오가 법용 항바이러스치료제로 개발 중인 CP-COV03은 아직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2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은 상태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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