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5월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주한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도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을 향한다. 민주당으로서는 패색이 짙어진 6·1 지방선거에서 다시 '노무현 바람'에 기대야 할 처지다.
23일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엄수된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 선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퇴임과 함께 경남 양산에 마련된 사저로 내려간 문 전 대통령은 약속대로 노 전 대통령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퇴임 이후 첫 외부 공식일정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다.
이번 추도식은 일상회복과 함께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규모로 이뤄진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조치로 일반인 참석이 제한됐던 2020년, 2021년과 달리 참석을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10주기 추도식에는 1만7000여명의 추모객이 운집한 바 있다. 노무현재단 측은 봉하마을이 다시 노란 물결로 뒤덮일 것을 예상하고 만반의 준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위원장을 비롯해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등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윤호중·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과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 등 지도부도 함께 한다. 노무현재단의 정세균 이사장과 유시민 전 이사장은 물론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이해찬·한명숙·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도 자리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정의당에서는 이은주 원내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가,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하는 대신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을 보낸다.
민주당은 내심 노무현 추모 물결이 지방선거 훈풍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새정부 출범 직후 지방선거가 치러지게 되면서 여론은 견제론 대신 국정안정론으로 기울었다. 수도권마저 전패의 우려감이 커지는 등 민주당은 다시 호남에 고립될 위기로 내몰렸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힘있는 집권여당 후보론에 맞설 카드 또한 마땅치 않다. 보수정부 최초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모두가 집결하며 국민통합 메시지를 전했고, 곧 이어진 한미정상회담도 국민의힘 승기를 굳히는 호재다.
지난 2월6일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에게 기댄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내리 참패하는 등 지리멸렬하다가,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적 애도 속에서 이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앞서 2004년 4·15 총선에서는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을 과반으로 이끌었다.
다만, 민주당의 바람이 현실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가장 비판 받는 지점 중에 하나가 김대중·노무현정신을 이어가는 게 아니라, 선거 때 필요에 의해 김대중·노무현정신을 팔아먹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 후광 효과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대표도 "추도식이 과거 민주진보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매개가 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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